미국 수사당국이 1969년 자신이 근무하던 은행에서 21만여 달러를 훔쳐 달아난 뒤 행방이 묘연했던 남성을 52년 만에 발견했지만 그는 이미 숨진 뒤였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방송 CNN과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관실(USMS)은 52년 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발생한 은행 절도 사건의 범인을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범인의 실명은 시어도어 콘래드로 클리블랜드의 한 은행에서 창구 직원으로 일했다. 당시 그는 교대근무를 마치면서 종이봉투에 21만 5000달러를 훔친 뒤 종적을 감췄다. 해당 금액의 현재 가치는 약 170만 달러로 한화로 약 20억 여원이다.
사건은 금요일에 발생했지만, 은행은 월요일에 그가 출근하지 않을 때까지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고 해당 사건은 미국 내에서 오랜 시간 미해결 미스터리로 남아 왔다. 현지 수사당국은 캘리포니아에서 하와이, 텍사스 등 각지로 그를 찾아다녔지만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수사는 올해 5월 토머스 랜들이란 남성이 폐암으로 숨졌다는 소식 이후로 급물살을 탔다. USMS는 이 남성의 부고를 토대로 몇 가지 단서를 확인, 과거 수집된 정보들을 다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 남성의 진짜 생일은 1949년 7월 10일인데, 부고에선 1947년 7월 10일로 돼 있었으며 부모님 이름도 실제와 똑같았다. 실제 모교인 뉴잉글랜드대와 출생지인 덴버도 같았다. 또 그의 대학 지원서에 있는 서명이 토머스 랜들이 2014년 보스턴 연방법원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했다.
범인이었던 고인은 1970년부터 보스턴에서 토머스 랜들이라는 가명으로 살아온 것이었다. 당시 22살이던 청년은 70대가 되어 생을 마감한 뒤였다.
특히나 공교로운 점은 그가 보스턴에서 살았던 집은 공교롭게도 범행의 발단이 된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촬영지와도 가까웠다. 영화는 백만장자 기업인이 무료함을 이기 위해 은행을 턴다는 줄거리를 담았다. 당시 콘래드는 영화를 보고 친구들에게 은행에서 돈을 훔치는 게 얼마나 쉬운지 허풍을 떨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한편, NYT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자신이 죽기 직전 가족들에게 52년 전 범행을 실토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