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문을 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6일로 출범 300일째를 맞는다. 출범 전부터 “‘하명 수사용 권력기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기대를 거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해 검찰의 기소독점으로 발생하는 폐해를 줄이는 장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을 자임한 것도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300일이 지난 지금 공수처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인권수호’를 표방한 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킨 것이 가장 뼈아팠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구속영장을 지난달 23일 청구하면서 그 이유로 ‘피의자가 출석을 미룬다’는 점을 들었다. 당시 공수처의 체포영장은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당한 상황이었다. 법조계에선 “수사편의를 위해 공수처가 무리수를 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뒤 손 검사 측은 여운국 공수처 차장 등 4명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손 검사의 변호인은 “공수처가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주임검사에 대한 면담 요청을 거절하고, 변호인에게 ‘공격적으로 나온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등 비상식적인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강압수사로 비판받았던 과거 검찰과 다른 점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사 성과도 지지부진하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12개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에 착수했지만 마무리 지은 것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채 의혹’뿐이다. “공수처는 尹수처(윤석열 수사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편향성 논란이 큰 건 말할 것도 없다. 첨예한 대선국면에서 공수처가 수사를 아무리 엄정하게 하더라도 논란을 피해가기 쉽지 않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입건한 12개 사건 중 4개의 피의자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라면, 공수처 스스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급기야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공수처 폐지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어쩌면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조직을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다수 법조인도 “공수처에 주어진 시간이 짧았고, 수사 인력 지원도 부족했으니 더 지켜보자”고 입을 모은다. 공수처가 하루빨리 출범 당시의 기대와 포부에 걸맞은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 시간이 늦어질수록 ‘반(反)공수처’ 진영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자명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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