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영업 현장으로 활용된 거제도 애드미럴호텔(사진)이 문을 닫았다. 2017년 현대중공업그룹이 호텔 계열사인 호텔현대를 매각한 데 이어 삼성중공업도 거제삼성호텔 매각을 추진하는 등 국내 조선 ‘빅3’의 호텔 정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애드미럴호텔을 포함한 옥포 사원 아파트 단지 부지를 건설업체 등에 매각했다.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맺은 경영개선 자구계획 이행 차원이다.
부지 인수자가 호텔을 다른 용도로 재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달부터 애드미럴호텔은 문을 닫은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애드미럴호텔 운영 및 급식 사업을 영위했던 계열사 웰리브를 한 사모펀드(PEF)에 매각했지만 호텔 소유권은 그대로 갖고 웰리브에 운영을 맡겨 왔다. 이번 부지 매각으로 호텔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설립 4년 후인 1982년 옥포조선소 인근에 4성급 129개 객실의 애드미럴호텔을 세웠다. 해외 선주나 선급사의 조선소 방문 및 선박 명명식 전후에 열리는 연회 등 선박 영업과 마케팅 차원에서 번듯한 호텔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조선업 호황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호텔 설립을 두고 자존심 대결을 펼쳤다. 현대중공업은 생산 기지와 인접한 울산과 경주, 목포, 강릉에 5성급 호텔을 두고 영업에 활용했다. 삼성중공업도 2005년 거제조선소 옆에 5성급 호텔인 거제삼성호텔을 열었다. 그러나 2007년을 정점으로 조선업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호텔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주가 줄면서 출장 수요가 감소했을 뿐 아니라 파견 인력이 많은 해양플랜트 사업도 쪼그라들면서 호텔의 공실률이 늘고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2014~2015년 각각 수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낸 조선 빅3는 호텔 사업 매각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대형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경포대 씨마크호텔을 제외한 나머지 호텔을 2000억원에 매각했다.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해 웰리브를 매각하며 사실상 손을 뗐다. 삼성중공업 역시 수년째 호텔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