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허위 보도로 인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다가 처리가 연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다가 야당과 국내외 언론 관련 단체의 반대로 일단 국회 의결을 미룬 것이다.
무책임한 허위·과장 보도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악의적인 오보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언론중재법은 그러한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역기능을 우려할 만한 점이 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조항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언론중재법은 언론 보도로 인한 손해액의 세 배에서 다섯 배까지 언론사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두 번째는 열람 차단 청구권이다. 이 조항은 △제목·맥락상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개인의 신체·신념·성적 영역 등과 같은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그 밖에 인격권을 계속 침해하는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 보도나 반론 보도 결정을 받기 전에 미리 기사 노출을 차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조항은 남용될 경우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고위 공무원과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고 하지만, 비판적인 보도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언론을 상대로 무분별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세계신문협회, 국제언론인협회, 국경없는기자회 등 외국 언론인 단체들까지 이 법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독재 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쟁취해 냈다. 그 결과 아시아 최고 수준의 언론 자유를 누리는 나라가 됐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보수·진보와 같은 이념으로 편가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언론중재법은 가짜 뉴스와 편향된 보도 등 언론의 폐단을 줄이는 순기능을 할 수도 있지만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부작용이 크게 우려된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갖는다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크다.
김솔 생글기자(고려고 1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