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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막 후발주자였던 SKIET…'공정 혁신'으로 종주국 일본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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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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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다. 이 중 분리막의 수익성이 가장 높다. 영업이익률은 30% 수준.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고, 미세한 기공 사이로 리튬 이온만 통과시켜 전류가 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양극과 음극이 닿으면 순식간에 열이 발생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얇은 비닐처럼 생긴 제품이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진다.

    진입장벽이 높은 프리미엄 습식 분리막 세계시장 점유율 1위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다. 후발주자지만 일본 업체들을 제쳤다.

    후발주자, 가지 않은 길을 가다
    도레이, 아사히카세이 등 일본 분리막 업체는 ‘슈퍼갑’이었다. 한국 기업은 일본 업체들이 쓰고 남은 분리막을 쓸 수밖에 없었다. SK에너지가 2003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5명으로 시작했다. 시작은 무모할 정도로 과감했다.

    창립멤버인 강귀권 SK아이이테크놀로지 글로벌생산본부 생산혁신담당의 말이다. “통상 파일럿 공장에서 상업 생산에 성공하면 그 후 양산 라인을 짓지만, 당시에는 양산 라인을 먼저 발주하고 뒤에 파일럿 공장을 시작했다.”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 업체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축차연신공법’을 분리막 제조 공정에 도입한 것. 스카치테이프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공정인데, 이를 분리막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당시 일본 기업은 공중에서 분리막을 사방으로 당겨 기공을 만들었다. 분리막 표면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대신 이 공법은 정해진 비율로만 분리막을 잡아당길 수 있었다. 반면 축차연신은 롤러를 통해 분리막을 좌우로 한 번, 상하로 한 번 늘리는 공정이다. 표면 오염 문제만 해결한다면 고객 요구에 맞춰 기공 크기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쉽지 않았다. 처음엔 분리막 표면이 마모되고 오염됐다. 롤러를 사용하는 방식의 한계였다. 강 담당은 “기계를 청소하던 중 롤러가 돌아가는 동안 실시간으로 청소하는 공정을 도입하면 표면이 오염될 새가 없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분리막에 축차연신 공정을 도입했다.

    2000년대 말 정보기술(IT)기기 배터리 폭발사고가 이어졌다. 이는 새로운 기회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직원들을 고객사에 파견해 SK 분리막을 장착하면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중 하나가 노키아였다. 노키아가 SK 분리막을 넣은 배터리를 채택하자 시장에서 위상이 급상승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중국은 물론 일본 소니 파나소닉 산요 등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계열사인 SK온 매출 비중은 26%(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파나소닉, 무라타, ATL 등 해외 고객사 비중이 37%에 달한다.
    공정 혁신에서 생산 혁신으로
    전기차 시장을 준비하면서 분리막에 요구되는 특성도 더 많아졌다. 분리막 안전성을 좌우하는 요소는 △분리막 강도 △균일한 기공 분포 △고온에서 변형 최소화 등이다. 사막에서도 견뎌야 하는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에는 더 까다로운 조건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 2010년 세라믹 코팅 기술(CCS)을 개발하게 된 배경이다. 분리막이 쪼그라들어 음극과 양극이 만나게 되면 화재로 이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분리막 표면을 돌가루로 코팅한 것이다. 고온에 노출돼 분리막이 녹아내리더라도 콘크리트벽이 남아 양극과 음극이 만나는 것을 원천차단하는 것이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생산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 분리막이 장착된 배터리 중 아직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제품은 없다고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생산 거점도 다양해졌다. 중국 폴란드 공장이 가동 중이고, 미국 공장 설립도 검토되고 있다.
    주가 부진하지만 성장성 이견 없어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 5월 증시에 데뷔했다. 현재 프리미엄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26.5% 점유율로 1위다. 아사히카세이(23.7%) 도레이(23.6%) 등 분리막 역사가 더 오래된 일본 소재 업체들을 따돌렸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부진하다. 상장 이후 지난 5일까지 30% 하락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44배다.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스마트폰, PC 등 IT용 분리막 판매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진입장벽은 높은 만큼 성장 가능성에는 이견이 없다고 분석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11일이 록업 물량 해제 시점임을 감안하면 수급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장기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11월은 매수하기 좋은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폴란드 공장 가동 초기 비용 증가로 이익률은 하락하겠지만, 내년 1분기부터 전기차 신모델이 출시되고, IT용 분리막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이익률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는 30만원을 제시했다.

    증평=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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