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8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국내 최초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 출시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컬러강판 매출 2조원, 100만t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럭스틸은 그가 계열사 유니온스틸 사장 시절 선보인 브랜드다. 이후 10년에 걸친 철강산업 불황 속에 동국제강도 부침을 겪었지만 컬러강판 사업만은 국내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친환경·글로벌 투자로 초격차 추구
장 부회장은 이날 동국제강의 향후 10년 컬러강판 사업 방향성을 담은 ‘DK컬러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현재 연간 생산량 85만t 수준인 컬러강판 생산 규모를 10년 안에 100만t으로 확충하고, 1조4000억원 수준인 매출도 2조원으로 43% 늘린다는 게 핵심이다.장 부회장은 컬러강판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10년 앞서는 초격차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초격차 실현을 위해 연구개발(R&D)을 통한 공정 및 제품의 혁신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부회장은 컬러강판 제조공정 내 주요 유해물질 배출원이었던 접착제를 쓰지 않고, 화석연료 가열 과정도 최소화하는 친환경 생산 공정인 ‘ECCL(eco color coating line)’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목재나 석재를 대체할 정도로 정교한 색상과 재질을 갖춘 제품을 비롯해 항바이러스 기능을 갖춘 프리미엄 컬러강판 제품도 소개했다.
그는 “철강산업에 대한 탄소 감축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 대응해 공정 자체부터 친환경적으로 바꿔 나간다는 것”이라며 “전체 판매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려 이익의 질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공략 계획도 내놨다. 동국제강은 멕시코, 인도, 태국 등 3개국에 판매 거점을 두고 있다. 장 부회장은 “미국, 폴란드, 베트남, 호주 등에 신규 거점 구축을 검토 중”이라며 “컬러강판 추가 증설을 위해 해외 현지 라인 구축이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컬러강판부터 CSP까지 장세욱 ‘뚝심’ 결실
동국제강은 올해를 장 부회장이 주도해온 회사 구조 개편이 결실을 맺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15년 6월 형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맡으며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취임하자마자 연 190만t의 후판을 생산하던 경북 포항 후판2공장 운영을 중단했다. 이와 동시에 컬러강판과 철근 등 봉형강 투자를 늘리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바꿔놨다.철강산업 불황이 작년까지 이어지는 와중에도 2013년 발레, 포스코 등과 함께 투자해 브라질에 설립한 CSP제철소 등 글로벌 사업은 묵묵히 지켜가는 ‘뚝심’도 보여줬다. 오랜 기간 적자를 이어갔던 CSP제철소는 올 상반기에만 36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오랜 노력의 결과 동국제강 실적도 치솟고 있다. 동국제강은 올 상반기 316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이미 작년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증권가는 올해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이 7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용등급도 최근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승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