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도하는 스타트업들이 상장 일정이 지연되면서 자금이 고갈되는 '죽음의 계곡'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이 8일 보도했다.
'AI 사중주'로 불리는 센스타임(상탕커지), 메그비(쾅시), 클라우드워크(윈총), 이투 등 4개 기업은 중국 AI안면인식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기술은 스마트시티, 보안, 스마트폰, 자율주행, 온라인 의료와 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스타트업들은 수 년에 걸쳐 벤처캐피털(VC)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으며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IPO를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안면인식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도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IPO 시장마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후 '중국판 나스닥'인 상하이증시 커촹반과 선전증시 촹예반에 입성한 16개 기업 가운데 9개가 상장 첫 날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이 과학기술 육성을 내걸고 개설한 두 시장에서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매우 드문 사건이다.
AI 사중주는 그럼에도 IPO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사모와 VC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4개 기업은 맏형 격인 센스타임이 창업한 2014년 이후 8년 동안 총 500억위안(약 9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의 기업가치 합계는 1400억위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최대 AI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센스타임은 2017년부터 상장을 준비했으며 지난 8월 홍콩거래소에 신청서를 냈다. 메그비는 미국과 홍콩 상장에 실패한 이후 지난 9월 커촹반 상장 승인을 받았다. 이 두 기업은 2019년 10월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로부터 미국의 기술과 장비, 재료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제재를 받고 있다.
클라우드워크는 지난 7월 상하이거래소의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이투는 2020년 9월 커촹반에 상장을 신청했으나 당국이 지난 6월 영업과 재무 정보를 보강하라고 요구하자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VC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IPO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적자는 지속되고 있다. 2018~2020년 3년 동안 이 4개 스타트업은 총 133억위안 순손실을 냈다. 이는 매출 합계의 85%에 달한다. 차이신이 IPO 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이 4개 스타트업은 1위안을 벌 때 1.85위안을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신청서를 통해 이런 고비용 구조와 함께 안면인식 외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성, 신규 이익 창출 능력 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평가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I 기업들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AI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0년 11월 낸 보고서에서 중국의 AI 시장 규모가 2024년 119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보고서에서 127억달러로 예상했던 것보다 줄어든 것이다.
메그비의 공동창업자인 인치는 중국의 AI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죽음의 계곡은 3~7년차 스타트업들이 기술 개발에 창업 초기에 유치한 자금을 소진한 다음 추가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해 맞는 위기를 말한다. 궈진증권은 "AI 스타트업들이 기술 개발 속도가 느려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기대치는 너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인건비, 인권 문제 등도 장애물로 부상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