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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얇은 투명전극 개발…OLED·태양전지 성능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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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극은 디지털 회로 안에서 전류의 ‘관문’ 역할을 한다. 전자(음전하 운반체) 또는 정공(양전하 운반체)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통로란 뜻이다. 과거엔 전자제품이 크고 투박해 전극이 불투명해도 상관이 없었다. 나노미터(㎚) 크기 반도체가 일상화된 현대엔 작고 투명한 ‘투명전극’ 중요성이 커졌다. 인듐주석산화물(ITO)이 대표적인 투명전극 소재다.

고성능 투명전극 제조는 어려운 기술이다. 두께를 얇게 해서 투명도를 높이면 전도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전도성을 높이면 투명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충관계 때문에 광변환 소자는 투명도 손실을 감수하고 대체로 150㎚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두꺼운’ 투명전극을 사용한다.

투명전극 성능을 높이려면 일함수(work function) 컨트롤이 중요하다. 일함수는 원자핵에 속박된 전자 가운데 딱 한 개를 빼낼 때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단위는 전자볼트(eV)다. 자외선전자분광기기(UPS) 등을 써서 측정한다. 자외선을 쐈을 때 에너지가 달라져 흥분하는 전자들의 데이터를 포착한 뒤,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일함수를 파악할 수 있다. 주기율표에 있는 모든 원소는 일함수가 제각기 다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들은 대체로 일함수가 낮다.

비싼 백금계 원소의 일함수가 5eV 이상으로 가장 큰 편이다. 수소 연료전지 촉매 등으로 쓰이는 백금, 팔라듐 등이다. 고성능 부품엔 대체로 일함수가 큰 원소가 필요하다. 가상 설정이긴 하지만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주인공 아이언맨의 ‘탈(脫) 지구급’ 에너지원의 원천이 팔라듐인 것을 떠올리면 된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전자제품 성능을 높이려면 전극과 내부 반도체 간 ‘일함수 궁합’도 맞춰야 한다. 전자, 정공이 오갈 때 전극과 반도체 간에 신호가 잘 맞아야 회로가 잘 돌아간다는 뜻이다. 양전압이 걸리는 p형 반도체엔 일함수가 큰 소재를 써야 한다. 반대로 음전압이 걸리는 n형 반도체는 일함수가 낮은 소재를 써도 상관없다. 전기자동차 핵심 에너지원인 리튬이온 2차전지에서 양극재(양극활물질)가 음극재(음극활물질)보다 고도의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도 일함수와 관련이 있다. 2차전지 양극재의 주성분인 니켈은 일함수가 5.1eV가량으로 큰 편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김태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사진 가운데) 연구팀이 니켈 도핑으로 30~50㎚ 두께의 초박막 투명전극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박막 증착장비를 써서 니켈 이온을 투명전극 ITO 표면에 얇게 깔아주는 기술을 썼다. 그 결과 일함수가 5.1~5.2eV까지 올라가면서 양전극으로서 성능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구리와 은을 같은 방식으로 도핑하면 일함수가 4.1~4.2eV까지 내려가면서 음전극으로도 쓸 수 있는 성능을 구현했다. 기존에도 니켈을 써서 투명전극 성능을 높이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연구팀의 기술은 공정이 단순하고 열처리가 필요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렇게 제작된 초박막 투명전극은 가시광선뿐 아니라 자외선 영역에서도 90% 이상 높은 투과도를 보였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외선 기반 LED, 유기 태양전지의 양전극과 음전극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전도도와 투과도 두 가지 특성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면서 각각 성능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공정”이라며 “대면적 적용 기술을 확보하면 상용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마이크로 레터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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