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의 3대 환경 문제로는 오존층 파괴, 지구온난화 그리고 환경호르몬이 꼽힌다. 특히 편리한 생활을 위해 일회용 용기에 포장된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며 화학물질로 만든 일상용품을 사용하는 일이 늘면서 우리는 늘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정상적인 호르몬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거나 작용하는 것을 방해해 건강과 생식 작용에 영향을 주는 화학 물질이다.
계명찬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우리 몸의 항상성은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유지되는데 이것이 깨진 상태를 병에 걸렸다고 한다. 환경 호르몬은 정상적인 호르몬 기능을 교란한다"고 KNN을 통해 설명했다.
이어 "화학 물질인 환경호르몬이 체내 호르몬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환경 호르몬이 체내에 유입될 경우 우리 몸은 호르몬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작용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세포는 정상적 호르몬의 세포의 신호를 받고 일을 해야 하는데 환경 호르몬이 몸에 들어오면 정상적인 호르몬이 일을 못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에 의해 30여 종의 화학물질이 관리되고 있으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관리되는 수와 규제조항이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환경호르몬은 다양한 경로를 거쳐 지속적으로 체내에 유입되어 지방조직에 축적되거나 소변 등을 통해 배출되며 환경이나 체내 농도가 아주 낮기 때문에 측정과 분석이 어렵다.
태아 및 영유아기는 환경호르몬에 가장 민감한 시기로 알려져 있으나 현실적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 특히 환경호르몬의 노출 농도나 개체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도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가 진행 중이며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환경호르몬의 측정, 대사 질환과의 연관성을 보기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생활하는 모든 환경 속에서 수많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며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다양한 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환경호르몬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지속해나가야 한다.
환경호르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환경호르몬은 바디 버든(체내에 쌓인 유해물질의 총량)을 유발하고 적은 양이 장기간 노출될 경우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전지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환경호르몬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생식기관의 암 발생과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알렸다. 특히 남성의 경우 정자 수 감소, 정자 운동성 감소, 기형 정자 증가, 생식기 기형, 고환암 및 전립선암 등 이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 자궁내막증, 자궁 섬유종, 유방과 생식기관의 암 등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은 지방세포의 분화 촉진, 식욕 중추 자극 등을 통해 체중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 다만 같은 화학물질이라도 낮은 농도의 노출은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켜 체중을 증가시키나 높은 농도의 노출은 세포 독성 때문에 체중이 오히려 감소될 수 있다.
체중 증가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거나 화학물질이 직접 췌장의 베타세포에 장애를 야기하여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현재까지 유기염소계농약, 다이옥신 등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제2형 당뇨병의 유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었으며 비스페놀 A, 비소 등도 제2형 당뇨병의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만, 당뇨병 등으로 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증가되는 부분도 있지만 환경호르몬이 심혈관 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연구 결과들도 발표되고 있다. 다이옥신 농도가 증가할수록 허혈성 심질환에 의한 사망 및 모든 심혈관의 사망 위험이 증가했고, 건강한 성인에서 비스페놀 A 농도가 증가하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가 상승했다는 결과도 있다. 하지만 아직 안과관계를 증명할 만큼의 충분한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또 갑상선호르몬 농도를 낮추거나 산모의 경우 무증상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태반을 통과해서 태아의 성적 발달, 대사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신생아의 성장이나 지능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있다.
환경호르몬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캔에 담긴 음료, 식품을 피하기, △음식물 보관시 플라스틱 용기·랩 사용하지 않기, △염소계 표백제나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기, △1회용 식품 용기의 사용 줄이기 등이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