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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서민 한마디에 요동…정치판 팬덤의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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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대선을 앞둔 정치판이 얼룩지고 있다. 특히 이럴 때일수록 정치인이 아닌 '정치판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들어 잇따라 구설에 오른 방송인 김어준 씨와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어준 씨는 '친(親)이재명', 서민 교수는 '친윤석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떤 셈법을 활용한 건지 그들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지지하는 후보든 본인이든 득보다는 실이 많은 모양새다.

김어준 씨는 편향성 논란으로 여야를 막론한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김어준 씨가 지난달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을 도와줘야 한다'는 사실상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점화됐다. 그는 당시 "이재명처럼 돈도 없고 백도 없고 줄도 없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대선후보까지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된다"고 했다. 또 "그 양반(이재명 후보)은 돈은 안 먹는다"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휩싸인 이재명 후보를 감싸는 듯한 발언도 했다.

야권에서는 김어준 씨를 향해 "이재명 후보의 선거 캠프로 가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여권 인사들도 '언론인이 공개적으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그동안 심각한 정치 편향성을 표출하고 왜곡 보도를 일삼던 그의 문제에 대해선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지만, 그가 대선을 앞두고 내놓고 여당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나섰으니 그에게 더 이상 방송 진행을 맡길 수 없다"며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얼토당토않은 '생태탕' 선거로 끌고 들어간 김어준 씨의 막가파식 행태를 방치하는 것은 서울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임을 서울시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마이크를 잡아야 할 곳은 이재명 후보의 선거 캠프인 만큼 TBS를 당장 떠나야 한다"며 "TBS에서 즉각적으로 퇴출당해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에서 공보단장을 지낸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유력 방송인으로 불리는 김 씨가 이 후보를 공개 지지, 호소한 것은 옳지 않다"며 "누구든 자유로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할 수 있지만, 언론인은 예외다. 정 그리하고 싶으면 방송을 그만두고 이재명 캠프로 가면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이미 '친이재명' 방송을 해왔고, 향후에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 이번 기회에 마이크를 놔야 한다"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측에서도 "자중해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상민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김어준 씨가) 도와주는 게 결과적으로 정말 도움이 되면 좋은데, 제 생각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가능하면 자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TV조선 방송 '강적들'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염증과 혐오감만 불러일으킨다. 특정 정파에 이롭다는 말을 하지만 결국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하고 있어 반갑지가 않다"고 했다. 김어준 씨의 행보가 이재명 후보 선거운동 및 정권 재창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도 외부 인물로 인한 내홍이 빚어졌다. 윤 후보를 공개 지지한 서민 교수가 홍준표 의원을 빗대 '홍어준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다. 서민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윤 후보 홍보를 위한 영상을 올리면서 영상 재생 전 소개 화면인 섬네일(미리 보기)에 "윤석열을 위해 홍어준표 씹다"라고 적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서민 교수는 "죽을죄를 지었다"며 "저는 전라도 사람이라 홍어가 뭘 의미하는지 잘 안다. 비굴한 변명을 하자면 저는 섬네일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사과문을 올려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사과한 당일에도 본인의 블로그에 비방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과 일일이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낳았다.

홍준표 의원은 "저런 사람이 대학교수랍시고 여태 행세했다니 참으로 낯 뜨거운 대한민국이다. 그냥 기생충이나 연구하고 정치판은 더 이상 넘보지 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호남 지역과 경쟁 주자를 동시에 비하했다는 지적과, 가뜩이나 진흙탕이었던 국민의힘 경선판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후보 캠프 측은 서민 교수가 캠프에서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며 논란과 윤 후보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서민 교수가 굉장히 잘못한 것이다. 앞으로 더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다만 선거 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윤 후보의 검증이 안일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서민 교수 같은 경우 사실 조국흑서의 공동 저자다. 검증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이분의 발언을 보면서 '우리랑 더 이상 갈 수 없겠다'해서 정리를 했다. 그런데 그런 분을 캠프에서 곁에 뒀다는 것 자체가 검증에 너무 안이한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도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엔 조금 안 맞는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진 전 교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그들(김어준 씨·서민 교수)을 공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회의 미래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어떤 진영논리에 입각한 주장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거에서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상대편을 비난할 때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홍어준표 같은 경우 특정 지역의 비하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는 단어를 활용했는데 이건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로서 가진 권력을 오남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들에게 권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학문적으로 규정하면 타인을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하는 힘을 권력이라고 한다"며 "이들은 팬덤을 통해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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