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말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하기로 했다. 통화 완화에서 긴축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란 해석이 나온다.
Fed는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 0~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이달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가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Fed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매달 120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Fed는 우선 월 1200억달러인 채권 매입액을 다음달까지 월 150억달러씩 줄이기로 했다.
월간 매입 규모가 각각 800억달러, 400억달러인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100억달러, 50억달러 줄여나간다. 이 속도를 유지하면 시장 예상대로 내년 6월 테이퍼링이 끝나게 된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완화될 것으로 보고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FOMC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별도의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완화적 발언으로 인해 이날 미국 증시는 나흘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Fed는 결정문에서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란 기존 문구를 “물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로 수정했다.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갈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동시에 “내년 1월 이후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채권 매입 속도를 조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인플레이션 등에 따라 테이퍼링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마이클 쿠슈마 모건스탠리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음달 FOMC 때 Fed의 향후 금리 인상 경로를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