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LP와 CD에 담기던 시절, 음악은 소유의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었다. 음반 가게에서 산 앨범을 듣고 정리해 보관하는 과정은 번거롭지만 팬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미였다. 아티스트의 음악을 온전히 소유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다. 컴퓨터 파일을 보관할 필요조차 없는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면서 이런 즐거움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이랬던 음악이 다시금 소유의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체 불가능 토큰(NFT) 기술의 등장 덕분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하이브는 4일 두나무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사에 7000억원을 투자하고, 하이브도 같은 방식으로 두나무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지분 투자로 하이브는 두나무 주식 2.48%(86만1004주)를 취득한다.
하이브는 이날 유튜브에서 연 기업설명회에서 “양사는 합작법인을 세우고 BTS 등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NFT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악과 포토카드, 영상 등 다양한 상품을 디지털 NFT로 출시해 팬들이 소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복제할 수 없는 고유 일련번호를 매긴 컴퓨터 파일이다. 이를 통해 음악이나 사진 파일 등을 소유의 대상으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일반적인 파일 형태로 존재하는 BTS의 음악과 사진은 무한정 복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저작권과 초상권은 있어도 파일 자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NFT를 적용하면 파일에 소유권 정보가 기록된다. 손으로 만질 수 없다는 점만 빼면 직접 앨범을 사고 음악 및 포토카드를 소장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업계는 하이브가 NFT 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신만의 굿즈나 콘텐츠를 보유하려는 팬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덤 특유의 열광적인 문화를 감안하면 NFT 사업이 흥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이날 설명회에서 웹툰·웹소설·게임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내년에는 BTS가 등장하는 판타지 웹툰 등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웹툰·웹소설 네 편을 공개할 예정이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는 내년 상반기 네이버 브이라이브와의 통합을 마무리하고 실시간 영상 소통 기능인 ‘스팟 라이브’를 추가할 예정이다. 또 내년 하이브 아메리카에서는 글로벌 여성 팝 그룹을, 하이브 재팬에서는 보이그룹을 데뷔시킬 계획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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