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갖다 대니 차문이 열렸고 지문 인식만으로 시동이 걸렸다. 시동을 걸자 '크리스탈 스피어'가 변속기의 모습을 갖추면서 주행 시작을 알렸다. '나를 위해 설계된 차'라는 느낌을 줬다. "운전자와 교감하는 핵심 기능들로 럭셔리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보이겠다"던 장재훈 제네시스 사장의 말이 체감됐다.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GV60 얘기다.
양산차 최초로 탑재된 GV60의 안면 인식 기능에 대해선 사실 반신반의했다. 지문 인식 기능도 마찬가지다. 차량보다 더 먼저 이들 기능을 들여왔던 스마트폰도 아직은 조금 답답한 측면이 있어서다.
하지만 GV60은 생각보다 곧잘 얼굴을 인식해냈다. 7번 시도해봤는데 오작동이 없었다. 약 2초 만에 인식하곤 차문을 열어줬다. 마스크는 벗어야 안면 인식을 할 수 있지만, 모자나 안경을 쓴 정도는 거뜬하게 인식한다는 설명이다.
안면 인식 기능을 사용하려면 도어 손잡이 중간 부분을 터치한 뒤 B필러 쪽에 설치된 카메라를 응시하면 된다. 카메라에 초록색 불이 뜨면 제대로 인식이 된 것이다. 차가 잠금 해제되며 도어 손잡이가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차문을 잠글 때도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된다.
지문 인식도 비교적 잘 됐다. 7차례 시도에 한 차례 오류가 났다. 지문 인식 후 시동을 걸면 '크리스탈 스피어'가 변속기의 모습으로 바뀐다. 출발 전부터 선보이는 신기술의 공세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전기차다운 즉각적 가속 반응과 정숙성이 먼저 느껴졌다. 회사 측이 왜 차량 내 음악을 켜 뒀는지 이해가 갔다. 17개 스피커가 장착된 '뱅앤올룹스 사운드 시스템'의 성능을 체험해보라는 의도였겠지만 졸음운전 예방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데다 배터리가 하단에 깔려 시트 포지션이 높지만 묵직한 느낌을 준다. 내리막 구간에서 감속할 땐 뒤로 잡아끄는 느낌도 난다. 그러면서도 전기차와 퍼포먼스 모델의 특성 탓에 몸놀림은 날쌔다. 부스트 모드 작동시엔 차체가 한층 단단해지고 소리부터 묘하게 다르게 난다. 그러더니 속도를 높여 경쾌하게 치고 나간다. 퍼포먼스 모델은 기존 제네시스의 중후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스포티함이 돋보인다.
부스트 모드는 순식간에 출력을 올려 내연기관차 같은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능이다. 최대 출력이 기존 320킬로와트(kW)에서 360kW까지 치솟는다. G80 전기차 모델(최고 출력 272kW)이나 같은 플랫폼의 현대차 아이오닉5(225kW)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회생제동으로 인해 순간 충격이 느껴지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 질감이 G80 전기차보다 덜 느껴졌다. 덕분에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회생제동은 빠르게 굴러가던 자동차 휠의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차량을 감속, 정지시키는 원리다. 에너지를 회수하기 때문에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감속할 때 인상적이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앞차와의 거리를 고려해 속도를 줄였다.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별도로 켜지 않아도 그랬다. 회사 관계자는 "전방 교통 흐름과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이용해 회생 제동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 시스템 2.0'이 탑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생제동 단계 조절을 통해 감속·정차가 가능한 'i-페달' 기능도 앞차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있다면 충분히 사용할 만했다. 다만 완전 정지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는 만큼 앞차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울 때 사용하기는 조금 위험해 보였다.
이 같은 기능들은 확실히 주행 피로도를 줄여줬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꼭 필요한 기능이기도 하다. 기착지에서 시승장까지 돌아오는 편도 37km 구간에서 신경 써 주행했더니 주행거리가 229km에서 198km로 29km 정도밖에 줄지 않았다. 21인치 타이어를 탑재한 퍼포먼스 4륜 모델인 데다 에어컨을 주행 내내 틀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
시승차의 전비(전기차의 연비)는 킬로와트시(kWh)당 6km까지 나왔다. GV60 퍼포먼스 4륜 모델의 복합 연비는 4.1km/kWh다.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상온 기준 372km다.
GV60의 승차감은 상당히 좋다. 도로가 많이 패여 있는 곳에서 웬만한 충격은 다 걸러냈다. 과속방지턱도 마찬가지다. 엔진 소음은 없지만 고속 주행 시 노면 소음은 살짝 느껴지는 편이었다.
실내는 전기차임을 감안하면 좁은 편이다. 소형 SUV 정도 될 듯싶다. 아이오닉5, EV6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 차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2열은 키 큰 성인 남성들에게 넉넉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센터 콘솔 아래는 비어 있지만 이 공간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살짝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양쪽 배치된 디지털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까지 실내 디스플레이가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주행 시 편리한 점도 있지만 다소 정신이 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옵션 사양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다만 시트 색상부터 크리스탈 스피어,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등 제네시스다운 고급스러움은 놓치지 않았다. 처음 사용해본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적응되면 큰 이질감이 없을 것 같았다.
GV60는 스탠다드 후륜·사륜 모델과 사륜 구동이 기본 적용된 퍼포먼스 모델 등 총 3가지 모델로 운영된다. 3가지 모델 모두 77.4kWh 배터리가 탑재된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모델로 제네시스가 전기차에 주행의 재미를 심어놓은 모델이다. 퍼포먼스 모델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초에 불과하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