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대와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을 위해 공동연구에 나선다. 10년간 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서울대, KAIST 교수 등 연구진 100명 이상과 첨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벌어지는 배터리 패권 다툼에서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산학협력 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3일 서울대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 설립 및 중장기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협약식엔 현대차와 서울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의선 회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박정국 사장, 김걸 사장, 신재원 사장이 자리했고 서울대에선 오세정 총장, 이현숙 연구처장, 이병호 공대학장, 최장욱 교수가 참여했다.
현대차는 내년 말까지 공동연구센터에 최고 사양의 실험 장비를 설치하는 등 10년간 300억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한국이 초일류 배터리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최장욱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장을 맡는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KAIST, UNIST(울산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성균관대 등 국내 대학 교수 15명과 석·박사 100명의 우수 인력이 연구에 참여한다.
현대차와 서울대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전고체 배터리(SSB) △리튬메탈 배터리(LMB) △배터리 공정기술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중·장기 연구를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누구나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제조해 세계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리고 충전시간을 단축하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현대차, 도요타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업계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리튬메탈 배터리를 개발 중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도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하는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서울대는 배터리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세계 최고 인력을 배출해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