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등 포장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고속 포장기계가 필요하다. 세진테크는 파우치(알루미늄·비닐 봉지)에 음식물을 투입하고 충진, 실링, 냉각, 배출 등을 자동으로 할 수 있는 포장기계(로터리 자동 포장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곡물류 소포장기와 자동계량기, 분체 충진기 등을 시장에 선보이면서 포장기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곡물 소포장기, 국내 80% 점유
1991년 창업한 세진테크는 사업 초기 일본의 유명 포장 기업(도요지도키)과 기술제휴를 통해 전자동 포장기 분야로 진출했다. 현재 식품용 포장기 관련 매출이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식생활 변화에 따라 파우치와 레토르트(고온 살균) 충진포장기 등으로 제품을 확대해 현재 생산하는 포장기계 종류만 20여 종이다.회사 주요 제품인 ‘로터리 자동 충진 포장기’는 감자 등 점착성 식재료와 죽 짜장 카레 등 액상음식을 균일한 양으로 채워 밀봉까지 자동 마무리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미리 설정된 음식 재료의 분량만큼 정량 충진이 되면서 포장 속도가 빨라 고객사의 신뢰가 높다는 평가다. 이갑현 세진테크 대표는 “포장이 두 곳에서 동시에 되는 파우치 듀얼 타입 제품의 경우 분당 50~80개 제품이 배출돼 대량 포장할 수 있다”며 “내년께 분당 100개 제품을 만드는 포장기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CJ를 비롯해 오뚜기, 동원, 풀무원 등에 제품을 납품했다.
1995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곡물 자동계량 소포장기’는 회사의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쌀을 전자식으로 계량해 1~10㎏ 단위로 포장할 수 있는 이 포장기는 약 360대가 전국의 지역농협 등에 납품됐다. 국내 8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PLC(기계장치를 움직이기 위해 로직·카운터·연산 기능 등을 수행하는 제어장치) 등 위치제어 특허 기술을 이용해 포장지 크기에 따라 정확하게 위치를 잡고, 실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에 쓰이는 미세 탄소가루를 충진하는 분체 진공 탈기 충진기나 마스크팩 고속 자동포장기 등 특수포장 분야에도 라인업을 갖췄다.
이런 제품을 통해 2009년부터 해외시장에 수출을 늘리고 있다. 베트남, 미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에 수출해 지난해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로터리 포장기는 올해 태국에서 200만달러 규모 수출이 진행 중이다.
“남동국가산단, 소부장 거점 될 것”
세진테크는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대표 장수기업으로 꼽힌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현장맞춤형 기술개발’ 사업 등을 통해 수분이 많거나 점성이 높은 식품에 쓰이는 포장기의 시제품 개발비를 지원받으면서 성장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2005년부터 산단공이 진행 중인 현장맞춤형 기술개발 사업은 기업의 생산현장에서 발생되는 기술애로의 해소와 신기술, 신제품 개발을 목적으로 국비를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사업이다.산단공이 인천시 등과 협력해 전통 제조업을 키우고 있는 점도 강소기업들이 산단 내 장기간 자리잡은 비결로 꼽힌다. 노후된 산업단지 환경 개선을 위해 지식산업센터, 근로자 편의시설, 물류센터 및 지원시설 건립 등 32건의 환경개선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남동국가산단이 송도국제도시와 주안·부평국가산단과 연계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중심의 클러스터의 거점’이 될 것이란 목표도 세워진 상태다. 산단공 인천지역본부의 윤정목 본부장은 “남동국가산단은 인천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한 혁신 거점”이라며 “남동국가산단 내 네트워크를 강화해 활발한 상생협력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