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은 ‘지옥의 관문’으로 불린다. 단판 승부(본선 4라운드)여서 객관적인 실력 외에도 그날의 컨디션, 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 번 삐끗 하면 남은 1년을 ‘실직자’로 보내야 하는 곳이 시드 순위전이다.
오는 5일 제주시 엘리시안제주에서 열리는 KLPGA투어 S-OIL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은 시드 유지의 ‘커트 라인’에 있는 중하위권 선수들이 시드 순위전행을 피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기회다. 시즌 최종전인 SK텔레콤 챔피언십에는 상금순위 70위(S-OIL챔피언십 종료 후 기준)까지의 선수만 초청된다.
KLPGA투어에서 이듬해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상금랭킹 60위 내에 들어야 한다. 중위권에선 선수들이 촘촘히 붙어 있어 상금 격차가 크지 않다. 1일 기준 상금랭킹 60위 이기쁨(27)은 1억1650만원, 61위 김효문(23)은 1억803만원을 모았다. S-OIL 챔피언십에서 13위(875만원)만 기록해도 뒤집힐 수 있는 격차다.
KLPGA투어 팬들에게 낯익은 선수들도 60위 밖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효주(24)는 상금 9966만원으로 65위, ‘필드 위 모델’ 박결(25)은 9590만원으로 69위다. 박결은 7위(2100만원)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올 시즌 ‘슈퍼 루키’의 한 명으로 꼽혔던 이세희(24)도 8641만원을 모아 75위에서 마지막 반등을 노린다.
KLPGA 정규투어에서만 17년 연속 뛰며 투어 최초로 ‘1000라운드’를 돌파한 홍란(35)도 이번 대회에서 분발이 요구된다. 2005년 1부 투어에 데뷔한 뒤 한 번도 2부 투어로 내려간 적이 없는 그는 올해 7776만원을 버는 데 그쳐 78위로 처졌다. 이번 대회에서 3위 이상의 성적을 내면 60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대회마다 상금 관련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박민지(23)는 이번 대회에서 KLPGA투어 사상 첫 단일시즌 상금 16억원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주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까지 15억356만원을 벌어 투어 사상 처음으로 15억원 고지를 밟았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은 1억2600만원으로 박민지가 이 대회에서 통산 7승을 달성할 경우 단숨에 16억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
아직 확정하지 못한 ‘대상’ 자리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민지는 상금과 다승 부문에선 1위를 확정했지만 대상에선 657점을 기록해 2위 임희정(589점)에게 쫓기고 있다. 대상포인트는 한 대회 10위 내에 진입한 선수만 획득할 수 있는데, S-OIL챔피언십 우승자에겐 50점의 포인트가 주어진다.
단 한 번뿐인 신인상 경쟁도 이어진다. 지난달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송가은(21)이 신인상 포인트에서 1993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준우승 2회 등 1952점을 모은 홍정민(19)이 송가은을 바짝 쫓고 있다. S-OIL 챔피언십과 SK텔레콤 챔피언십을 포함해 한 선수가 획득할 수 있는 신인상 포인트가 최대 540점인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격차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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