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바닷가 가운데 20~30대 여행객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원 양양군 일대로 나타났다. SNS 등을 통해 ‘서핑의 성지’로 입소문을 타면서 젊은 서핑족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서해안 대천(충남 보령)은 40~50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해양레포츠 등 ‘즐길 거리’와 이색 카페·음식점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은 청춘들이 몰리고, 잔잔한 바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중소형 도시나 서해안 지역은 ‘웰니스’ 관광을 즐기려는 기성세대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다는 분석이다.
‘즐길 거리’가 중요한 2030
죽도해수욕장이 있는 강원 양양군 현남면·현북면 일대 음식점·카페·주점 등에서 비씨카드로 결제된 금액의 28.44%는 30대, 17.44%는 20대의 지갑에서 나왔다. 2030 비율이 45.88%로 10개 바다 여행지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15년 서핑 전용 해변을 표방한 ‘서피비치’가 들어선 이후 전국의 서핑족이 몰리기 시작했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돼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30대 직장인 권모씨는 “양양에선 서핑 외에도 음식점과 카페, 술집, 클럽 등 이색적인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제주도 바다를 찾는 관광객 중 30대가 ‘큰손’으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문해수욕장 인근에서 카드를 긁은 소비자 중 30대가 27.5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함덕해수욕장 인근도 30대가 27.77%로 가장 많았다. 제주 지역에서는 서핑과 요트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고급 호텔과 드라마·영화에 등장하는 관광지, 유명 맛집 등이 즐비하다. 한 여행 전문가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제주도를 찾는 2030세대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일대는 10개 주요 바다 가운데 20대 비중이 가장 높은 유일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광안리 근처에 있는 수변공원이 ‘헌팅의 메카’로 유명해지면서 전국 각지의 젊은이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성세대는 서해안 선호
양양과 불과 30㎞ 떨어진 속초해수욕장의 경우 2030세대(29.91%)보다 4050세대(49.8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 설악산을 찾은 기성세대가 자연스레 바다로도 유입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4050세대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대천해수욕장 인근(50.72%)으로 집계됐다. 여수 만성리해수욕장(48.01%), 인천 을왕리해수욕장(45.88%) 등 지방 중소도시와 서해안에 있는 곳도 장년층의 선호가 높은 지역이었다.기성세대 결제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가족 단위 방문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잔잔한 바다를 즐기려는 가족 여행 수요가 늘었다는 평가다. 서해안에서는 낚시나 갯벌 체험 등과 함께 일몰까지 즐길 수 있어 기성세대와 가족 여행객 취향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김철원 경희대 관광대학원 교수는 “젊은 세대는 주위에 액티비티 요소가 많은 바다를 선호하는 데 비해 기성세대는 바다 정취 그 자체를 즐기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강릉 경포대해수욕장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국내 대표 바다 여행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연령대별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경포대는 30대 22.18%, 40대 22.41%, 50대 22.15%였으며 해운대는 30대 20.45%, 40대 22.57%, 50대 22.87%로 집계됐다. 가장 대중성을 갖춘 바다 여행지라는 평가다.
성별로 보면 10개 바다 여행지 모두 남성의 결제 비중이 50%를 넘었다. 여성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함덕해수욕장(46.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