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 씨는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엄마 나 폰 고장 나서 PC로 접속했어. 시간 나면 문자 줘." 아직 컴퓨터로 문자를 보낼 줄 모르는 유치원생 아들을 사칭한 문자에 A 씨는 코웃음을 쳤다. A 씨가 "너 유치원에 있을 시간인데 뭐 하니"라고 문자를 보내자 답은 오지 않았다.
"엄마 나 폰이 안돼ㅠ 여기로 문자 줘." 자녀 사칭형 메신저 피싱에서 주로 사용되는 문구다. 자녀가 휴대전화 고장으로 연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이용해 부모에게 연락하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29일 부산 해운대 지역을 운행하는 31번 시내버스 스피커에선 "핸드폰이 고장 났다"며 엄마를 찾는 여고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버스 탑승객들이 다급한 여고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찰나 "잠깐 혹시 속고 있진 않나요?", "자녀 사칭 피싱 범죄, 일단 멈추고 확인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해운대 경찰서는 버스 회사의 협조를 받아 도착지 안내 음성 뒤에 메신저 피싱 피해 예방 방송을 넣었다.
경찰은 자녀 사칭형, 정부 기관 사칭형 사례가 담긴 메신저 피싱 예방 홍보 음성을 다음 달 29일까지 방송한다. 총 6대(1002번, 107번, 144번, 31번, 155번, 200번)의 버스에서 하루 1200차례 송출된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 피싱 범죄의 85.8%를 50~60대가 차지하기 때문에 해당 연령대 승객이 많이 탑승하는 노선의 버스를 지정해 음성을 송출한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했다. 국내 모바일앱 사용자수 1위인 카카오톡에서도 메신저 피싱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021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46.4% 감소한 반면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165.4% 증가한 466억 원이다. 전체 피해액의 55.1%를 차지한다.
사기범은 주로 자녀나 가족을 사칭해 급전이 필요하다며 신분증 혹은 계좌 등 금융거래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한 뒤 계좌의 잔액을 털어간다. 원격 조종 등을 설치하는 링크를 보내 개인정보를 빼내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신분증 사진, 신용카드·계좌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제공 등을 요청하는 문자를 받으면 반드시 실제 가족이나 지인이 맞는지 직접 전화해 확인해야 한다"며 "자녀를 사칭하며 재촉하더라도 절대 앱 설치 요청 등에 응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자녀가 휴대전화가 고장 나거나 파손돼 전화 통화를 할 수 없다면서 모르는 번호를 카카오톡에 추가해 달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거절하라고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