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 700만 원을 벌고 한 달에 용돈 40만 원을 받는 한 변리사가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된 '설거지론'을 접한 뒤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사연을 두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설거지론 읽고 오늘 연가 썼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학생 때부터 잘하는 것도 별로 없었고 외모도 특출나지 않았다. 그래도 우직하게 공부하는 법은 알아 서울 소재 공대에 들어갔다"며 "군대에서 선임이 변리사 공부하길래 나도 따라 해 전역하고 3년 동안 지지고 볶아 겨우 붙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험에 붙은 뒤 연수를 갔고 그때 주변 대학교 여학생들과 미팅을 했다. 거기서 만난 여자와 어쩌다 보니 결혼했다"며 "아내는 학벌도 좋지도 않고 집안도 그냥 평범했지만 나한테 살갑게 대해주는 게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A 씨는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월 700만 원 벌어다 주고 용돈 40만 원을 받는 나. 돈 아까워서 2000원짜리 커피 이런 거나 마시면서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는 나. 휴일도 없이 일하고 주말에는 고객 만나러 다니고 자존심 다 버리고 아부하는 내 모습이 보이더라"며 "결혼 안 한 동기들 만나면 다 명품시계에 외제 차에 화려하던데 나는 그냥 수습 시절 샀던 중고 소나타 타고 다닌다"고 했다.
그는 "와이프 가방이 늘고 '골프가 유행이네' 이러면서 돌아다녀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게 가장의 모습이라고, '결혼하면 다 이렇게 사니까', '난 가정이 있어 행복하니까'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설거지론을 보는데 내 얘기 같더라. 어쩌면 애써 부정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집에는 안 들어갈 것 같다"고 했다.
A 씨는 다음날인 28일에도 '어제 글 쓴 변리사, 후기 올린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고민을 토로했다.
A 씨는 "어제 술 먹고 집 앞에 호텔에서 한숨 자고 들어갔더니 들어가자마자 (아내가) '어디 갔다 왔냐', '술은 왜 이렇게 비싼 거 먹었냐'라며 엄청 뭐라 하더라. 카드는 아내 명의로 돼 있다"며 "다른 건 모르겠는데 술 비싼 거 먹었다는 말에 너무 열이 받았다. 친구랑 둘이 마시면서 20만 원 안 되게 나왔는데 달에 700씩 가져다주는 내가 그거 하나 못하나 싶더라"고 했다.
이어 "그래도 삭히면서 그동안 모은 돈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8000만 원이 있었다"며 "7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나한테 남은 건 월셋집과 중고 소나타와 아내가 타고 다니는 벤츠 할부 남은 것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용히 일어났다"며 "오늘 이혼 전문 변호사인 친구 만나서 조언 한 번 받아보려 한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제 동생도 저렇게 살더라", "진짜 결혼 잘해야 한다", "그래도 애는 없나 보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7년간 8000만 원 모은 거면 잘 모은 거다", "본인이 선택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그까짓 여혐 단어 하나 봤다고 이혼을 생각하나" 등의 반응도 있었다.
한편 A 씨가 글에서 언급한 '설거지론'은 최근 남성 이용자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조어다. 청년 시절에 연애를 미루고 공부해 고소득 직장을 얻은 남성들이, 젊었을 때 문란한 시절을 보낸 여성과 결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는 말이다. 설거지에 쓰이는 세제에 빗대 '퐁퐁남', '퐁퐁단' 등의 속어까지 생겨났다.
음식은 다른 사람이 먹은 뒤 더러워진 그릇을 설거지한다는 의미를 포함해 '여성 혐오'적인 시각이 다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김치녀', '된장녀'와 같이 여성에게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운다는 지적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