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에는 1억 대 안팎의 세계 신차시장도 전기차로 채워질 테고, 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가 치열한 전기차용 배터리 패권전쟁을 펼칠 것입니다.”
이강덕 포항시장(사진)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과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배터리 신산업 육성에 나선 지 5년여 만에 결실을 보고 있다”며 “지금부터 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 1위를 향해 힘차게 달리겠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그룹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가 합작 설립한 에코프로이엠은 지난 21일 포항 영일만4 일반산업단지에 양극재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선 연간 3만6000t가량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가 생산된다. 전기자동차 40만 대 분량의 배터리에 들어갈 수 있는 생산 규모다. 양극재는 NCA 양극재 기반의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SDI에 전량 공급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앞서 지난달 SK이노베이션에 3년간 10조1100억원어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소재를 납품하기로 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시장은 “포항에 거대 양극재 생산기지를 둔 기업이 초고속 성장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포항을 ‘K배터리 특구’로 육성해 포항에 투자한 배터리 기업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포항에서 진행된 배터리 분야 총 투자금액은 3조5500억원에 이른다. 에코프로 2조2000억원, 포스코케미칼 8500억원, GS건설 5000억원 등이다.
포항시는 이를 기반으로 전고체 2만5000t, 양극재 6만t, 음극재 8000t 등 대한민국에서는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이 시장은 “GS건설은 영일만 4산단에 2024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립한다”며 “2차전지 소재 상용화, 배터리 자원 순환, 탄소밸리로 이어지는 ‘K배터리 특구’ 조성 계획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양극재나 전고체의 중국산 비중은 90%, 수산화리튬 중국 의존도는 80% 이상”이라며 “K배터리 특구를 완성하려면 중국 소재 의존도를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107억원을 들여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지상 3층, 연면적 3544㎡ 규모의 2차전지 종합관리센터를 준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 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00여 개에 이르는 사용 후 배터리를 보관하고 잔존가치에 대한 성능평가, 등급 분류로 재사용과 재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시설을 갖췄다.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은 물론 개방형 실험공간을 기반으로 유망 스타트업 지원에도 나선다.
이 시장은 “75% 용량을 지닌 재사용 배터리를 신품 기준으로 140% 설치하면 새 배터리 한 개와 같은 용량을 갖는다”며 “전기차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차세대 신산업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배터리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원에서 2050년 600조원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은 “배터리 등 신성장산업은 포항에 27조원의 생산 유발과 8만 명의 고용 창출 등 거대 경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산업지형 대변혁으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