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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은 몸으로 하는 체스…다윗도 얼마든지 골리앗 이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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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몸으로 두는 체스’라고 할 수 있죠. 몸만 가지고는 상대를 제압할 수 없어요.”

28일 서울 한남동에서 만난 김정환(37·국민체육진흥공단·오른쪽)·오상욱(25·성남시청) 선수는 “펜싱은 머릿속 전술이 주가 되는 스포츠”라며 이같이 말했다. 두 선수는 지난 7월 28일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구본길, 김준호 선수와 함께 금메달을 거머쥔 펜싱 국가대표다.

이들은 2017년 세계펜싱선수권 단체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사상 최초로 우승을 일궈낸 것을 시작으로 잇따라 국제대회를 석권해 왔다. 세계 정상급 실력으로 ‘어펜저스’(펜싱+어벤저스)라는 별명도 붙었다. 대표팀 맏형인 김 선수는 국제펜싱연맹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펜싱 1세대이자 현역 최고 베테랑이다. 세계 랭킹 1위인 막내 오 선수는 차세대 주역으로 꼽힌다. 한국 펜싱계를 떠받치고 있는 두 선수에게 펜싱의 매력을 직접 들어봤다.
우아하면서도 강력한 스포츠

김 선수는 1997년 중학교 재학 시절 주변 권유로 펜싱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운동이었다. 하지만 금세 재미를 느끼고 흠뻑 빠져들었다.

김 선수는 “펜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단순히 몸 쓰는 게 중요한 칼싸움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피지컬보다는 멘털(정신력)과 전술이 훨씬 더 중요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가 어떤 동작으로 나올지 몇 수 앞서 읽고 허를 찌르는 동작을 해야 한다”며 “야구의 투수처럼 수싸움으로 ‘유인구’ 같은 동작을 이용해 점수를 따내는 것만한 쾌감이 없다”고 했다.

오 선수도 처음에는 ‘우아한 스포츠’ 정도로 생각해 입문했다. 오 선수는 “보기보다 훨씬 더 많은 근력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거친 운동이었다”며 “상대의 몸에 닿기 위해서는 런지(한쪽 다리를 앞으로 뻗어 구부리며 앉는 동작) 등을 빠르게 해야 하고, 무거운 보호장구를 걸친 채 하기 때문에 조금만 경기를 하면 땀 범벅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복, 타게트(보호막), 일렉트릭 재킷(전자 장비) 등 세 겹의 옷을 걸치고 하기 때문에 소모하는 칼로리도 상당하다.

특히 두 선수의 주 종목인 사브르는 “펜싱 종목 중에서도 가장 과격하고 폭발적인 힘을 필요로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지구력에 중점을 둔 플뢰레 종목을 배우는 입문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선수들의 활약을 보고 사브르를 택하는 아마추어도 늘었다.

김 선수는 “초반에 사브르 종목 국제대회를 나갈 때만 해도 ‘한국은 100년이 지나도 사브르에서는 메달을 딸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으로 판정상 불이익을 경험하는 등 서러움도 많았다”고 돌이켰다. “최근에는 오히려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현지 파견 훈련을 요청하는 등 달라진 국제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체급 없는 운동…남녀노소 즐겨요”
또 다른 펜싱의 매력을 묻자 김 선수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했다. 1 대 1로 겨루는 형태의 스포츠 경기 가운데 체급 구분이 없는 종목은 찾기 어렵다. 김 선수는 “펜싱은 스피드와 수싸움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체급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레슨을 잘 받으면 기량이 월등히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귀족 스포츠’라는 것도 요즘엔 편견이라는 게 선수들의 얘기다. 지방자치단체 체육회에서 운영하는 클럽을 이용하면 적은 돈으로 장비를 대여할 수 있다. 최근 서울에선 지역마다 펜싱클럽이 생겨나 접근성도 좋아졌다. 김 선수는 “펜싱은 룰이 단순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며 “보호 장구가 있어 부상 위험이 낮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 친목을 다지기도 좋다”고 강조했다.

두 선수는 펜싱 대중화를 위해 계속 좋은 기량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펜싱은 볼 때보다 직접 할 때 훨씬 매력이 있어요. 국가대표로서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정소람/사진=허문찬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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