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공급난이 유럽의 세라믹산업을 흔들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천연가스 가격이 네 배 넘게 뛰면서 세라믹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급증한 탓이다. 유럽 ‘가스 밸브’를 움켜쥔 러시아의 공급량 확대가 천연가스 가격을 안정시킬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유럽 세라믹산업을 한계점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용 부담에 짓눌린 유럽 세라믹업체들은 판매가를 인상하거나 생산을 축소 또는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라믹은 타일, 도자기 등에 사용되는 소재다. 세라믹을 제조하기 위해선 용광로를 달궈야 하는데 이때 유럽 업체들은 천연가스 연료에 의존한다. 천연가스는 유럽 세라믹업체가 지급하는 간접비의 20%를 차지한다. 에너지 집약적 비용 구조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 시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의 11월물은 ㎿h당 86.819유로에 마감했다. 올 들어 상승률은 385%에 달한다.
유럽 세라믹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165년 역사의 네덜란드 한 세라믹업체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석탄 공급 중단에 다른 세라믹업체들이 줄도산했을 때도 버텼다. 이 회사는 최근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 세라믹업체들이 치솟는 비용 부담에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 세라믹산업 종사자는 직접고용 인원만 20만 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천연가스 공급난의 열쇠를 쥔 러시아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국영 천연가스기업 가스프롬에 다음달 8일까지 유럽 가스 저장소에 대한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하면서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량의 5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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