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필리핀이 26일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최종 합의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라몬 로페즈 필리핀 통상사업부 장관은 이날 양국 간 FTA 협상 타결을 선언하고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2019년 6월 협상을 개시한 지 2년4개월 만이다.
이번 FTA 타결로 한국은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에 이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와 다섯 번째 양자 FTA를 구축했다. 정부는 한국의 신남방 FTA 네트워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이 참여하고 있는 다자협력 체제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도 상호 보완 효과를 낼 전망이다.
인구 1억1000만 명의 필리핀은 13~34세 경제활동 가능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 민간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를 정도로 역동적이며 소비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번 FTA로 한국은 전체 품목 중 94.8%, 필리핀은 96.5%의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기존에 필리핀은 전체 품목의 89.2%, 수입액의 92.7%에 대해서만 관세를 없앴다. 양자 FTA를 통해 전체 품목의 7.3%포인트, 수입액의 4.9%포인트를 추가 개방하게 된 셈이다.
특히 기존 한·아세안 FTA와 RCEP에서 미개방됐던 자동차(관세율 5%)와 자동차 부품(3~30%)의 단기 관세를 철폐하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5년 관세도 철폐했다. 플라스틱 제품(5%), 문구류(5%), 가공식품(5~15%) 등에서도 관세를 없애 중소기업 생산 품목 수출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반면 농수임산물은 대부분 현재 개방 수준을 유지했다. 바나나의 경우 기준 물량을 초과하면 관세를 재부과하는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수입 급증을 막을 방침이다.
여 본부장은 이날 화상으로 판 소라삭 캄보디아 상무부 장관과 회담하고 한·캄보디아 FTA에도 최종 서명했다. 양국은 지난 2월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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