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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공급 차질이 부를 더 강한 '퍼펙트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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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의 경제 뉴스 중에서 ‘인플레이션’ 다음으로 관심을 많이 받은 단어는 ‘퍼펙트스톰’일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의 취약계층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과 중국 부동산 기업의 부실화 등 불안요인이 동시에 겹치면서 발생하는 위기를 의미하는데, 예전과 달리 금융감독당국이 이를 먼저 언급하면서 시장을 환기시켰다.

물론 금융시장 안정을 목표로 하는 기관이 불안요인들을 식별하고 선제적으로 경고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며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소통 방식으로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퍼펙트스톰 수준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과 금융 이외의 경제 부문에서 더 경계할 필요가 있는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자극적인 단어의 사용 빈도를 조절해 국민의 경각심이 무뎌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정책당국의 책무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퍼펙트스톰 요인 중 정책변수인 국내외 금리 급등 가능성을 살펴보자. 물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각할 정도로 수요 회복세가 강하면 ‘통화정책 정상화’ 차원에서 정책금리를 빠르게 올려 과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반도체 공급 부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중간재 생산 차질, 선진국 주요 항만의 하역 서비스 노동자 부족에 따른 물류 애로 등과 더불어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왔던 중국과 유럽의 전력난과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는 ‘그린플레이션’ 등 공급 요인이 가세해 더욱 확대된 측면이 있다.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급격한 금리 인상 신호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급 차질로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수요마저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겨울이 지나가는 내년 3월부터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물류 애로 등 다양한 공급 차질 요인이 해소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점차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백신 보급 확대와 함께 서비스 수요 회복이 본격화할 수 있겠지만 지난 1년여간 글로벌 소비 회복을 주도해온 자동차 컴퓨터 등 내구재 소비를 대체하는 정도일 것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등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정책금리의 급격한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헝다 등 중국 부동산 기업의 부채 문제도 정부가 수습 의지를 밝혔고 부동산 금융과 연계된 파생상품이 발행된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국내외 정책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금융시장 위험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는 퍼펙트스톰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자영업과 영세기업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급격한 정책금리 인상보다 오히려 저금리 기조를 필요로 하는 실물경제 부진에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금융위기보다 더 넓은 시각에서 위기 요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는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 그런 위기는 결국 글로벌 교역환경의 악화로부터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우려는 미·중 무역갈등과 같이 2010년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미 제기됐는데, 코로나19로 탈세계화가 이뤄지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더 빠르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 차질이 지속되면서 각국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결국 우리 경제의 수출과 소득 위축을 초래해 가계부채 부실과 고령화의 부작용을 확대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진짜 퍼펙트스톰은 이미 와 있고 최근의 글로벌 공급 차질의 마찰열을 흡수하면서 세력을 더 키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열린 대외경제안보 전략회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직은 글로벌 경제의 불안요인을 점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교역환경 악화를 극복하고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너무 늦지 않게 발굴해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 회의가 더 강한 퍼펙트스톰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로 기능해 코로나19 위기를 상당한 인내심과 피로감으로 견뎌내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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