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이어진 한·미·일 삼각공조를 두고 “외세에 대한 의존”이라고 비난했다. 연일 한국이 ‘이중기준’을 보인다고 주장하던 북한은 같은날 중국의 6·25전쟁 참전에 대해서는 “영웅적 위훈”이라고 치켜세웠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5일 ‘스스로 망치는 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지난 19일 진행된 한·미·일 정보수장 회동을 언급하며 “남조선은 미국과 일본에 ‘대북정책’에 대한 협조와 지지를 구걸했다”며 “외세 의존 정책에 극성스럽게 매달리면서 올해에 들어와서도 미국, 일본과 수많은 회담들을 벌려놓았지만 돌아온 것은 수치와 모욕, 냉대 뿐”이라고 주장했다.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에 있는 것이 “외세의 간섭과 방해책동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어 “외세에 의존하며 지지와 협력을 구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스스로 올가미를 쓰는 멍청이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다른 선전매체인 ‘메아리’도 이날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이 매체는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역행해 우리 민족의 발전을 바라지 않는 외세에 빌붙어 그들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에 대욱 편승해 나서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외세 추종으로 얻을 것은 냉대와 멸시, 예속의 올가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을 향해 ‘외세 추종’이라 비난하던 북한은 같은날 중국은 노골적으로 치켜세웠다. 노동신문은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일인 이날 ‘조·중 친선의 역사에 빛나는 중국 인민지원군의 영웅적 위훈’이라는 기사를 싣고 “중국 인민지원군 용사들은 무비의 용감성을 발휘해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족쳤으며 귀중한 생명도 서슴없이 바쳤다”며 “청춘도 생명도 아낌없이 바친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의 불멸의 공적과 영웅적 위훈은 조중 친선의 역사와 더불어 길이 빛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북한은 중공군이 북한 주민들을 도운 일화들을 나열하며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도 이날 입장을 내고 “우리 나라의 산과 들에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들이 흘린 붉은 피가 스며 있다”며 “조중 인민은 두 나라 수뇌분들의 숭고한 뜻과 의도대로 전세대들이 생사를 같이하며 다져온 조중친선의 위대한 전통을 변함없이 계승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최근 한국이 북한을 향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 참석해 “남조선의 이같이 도가 넘치는 시도도 방치해두기 위험한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인 태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