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홈쇼핑업계가 해외 사업을 속속 접고 국내로 귀환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 트렌드가 모바일 중심으로 급재편된 데다 현지 규제당국에 막혀 사실상 확장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TV 채널 기반의 홈쇼핑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뛰어들면서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접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평가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현재 호주 법인 ‘ASN’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ASN은 2019년 말 현대홈쇼핑이 호주에 세운 자회사로, 현대홈쇼핑이 진출한 해외 국가 세 곳(베트남, 태국, 호주) 중 마지막 주자다. 지난 6월 이사회를 연 현대홈쇼핑은 호주 철수를 결정하고 8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ASN은 설립 후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해 현대홈쇼핑 연결 실적을 깎아먹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쇼핑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와중에도 올 상반기 65억원의 적자를 내 자본잠식에 빠졌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현지 홈쇼핑사의 견제와 TV 시청률 급감 등 시장 환경 변화로 사업 확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CJ온스타일은 코로나19 이후 해외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지난해에만 필리핀과 멕시코, 말레이시아에서 철수했다. 현재 남은 해외 법인은 2004년 중국 현지 기업과 합자법인으로 설립한 ‘동방CJ’ 하나다. 이마저도 사업은 중단하고 지분을 정리 중이다.
GS홈쇼핑은 2월 해외 법인에 상품을 조달해주는 중국 자회사 ‘GS구(상해)상무유한공사’를 청산했다. 중국과 베트남 법인을 2019년 철수한 롯데홈쇼핑은 보유 중인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 일부를 최근 매도했다.
코로나19 이후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급부상하자 TV채널 기반의 홈쇼핑업체들도 디지털 전환에 ‘올인’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라이브커머스 매출을 연 1000억원대까지 확대했고 CJ온스타일은TV와 온라인, T커머스 등 전 채널을 통합했다. 롯데홈쇼핑은 메타버스를 다음 먹거리로 선정하고 자체 플랫폼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쿠팡, 쓱닷컴 등 국내 소비시장을 장악한 e커머스와 경쟁하기 위해 홈쇼핑 업체들도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며 “실적이 부진한 해외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대신 e커머스를 통한 우회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패션, 리빙 등 홈쇼핑업체가 최근 늘리고 있는 고급 자체 상표(PB) 제품들은 여전히 해외에서 통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대홈쇼핑은 향후 아마존이나 동남아시아 e커머스인 쇼피에 입점해 PB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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