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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생의 '턴어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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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생의 '턴어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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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1732~1809)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마차 수리공인 아버지와 허드렛일을 하던 어머니 슬하에서 열두 형제가 살았기에 늘 가난이 따라다녔다.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남달랐음에도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고, 친척 집에 얹혀살며 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던 중 하이든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슈테판 대성당의 음악감독 게오르크 로이터가 우연히 하이든의 노래를 듣게 된 것. 감명받은 그는 하이든을 빈으로 데려가 성가대 단원으로 활동하게 하고 음악을 배울 수 있게 도왔다. 이후 성당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해 돈을 벌며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젊은 음악가의 재능을 알아보고 기회를 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하이든의 아름다운 작품을 접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군가에 의해 전환점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필자가 군 복무 후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을 때도 친구의 조언이 있었다. 군 전역 후 대기업에 복직해야 할지, KAIST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인 산업공학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친구는 내게 “너는 고시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되는 게 좋겠다”며 직접 고시 잡지까지 사서 건넸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의 정성 어린 조언 덕에 새로운 길로 용기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이러한 전환점들을 경제학 용어로는 ‘턴어라운드(turn around)’라고 한다. 적자, 주가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던 기업이 흑자를 내거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가는 상승의 전환점을 의미한다. 인생의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고통을 견디라거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으라고 조언하곤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주변의 긍정적인 관심과 조언, 적절한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의 전환점을 찾아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데 빌릴 길이 없는 서민을 위해 다양한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저금리로 지원하고 신용·부채관리 컨설팅, 신용·복지컨설팅 등을 통해 스스로 신용을 높여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고객은 부족한 생활비를 돌려 막기 하다가 대출이 9건으로 늘어 신용점수가 500점대까지 하락했지만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신용 2등급에 해당하는 870점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 서민들이 건강한 금융생활을 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도록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조력자가 돼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혹자가 그랬듯 인생은 관계의 연속이고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힘든 순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반대로 기로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조력자가 돼주려는 마음이 있어서 우리는 성장해간다. 99도의 물이 100도가 되면 끓어오르듯 우리는 서로에게 ‘1도’의 변화를 선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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