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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백신 예약 '먹통' 사태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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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백신 예약 '먹통' 사태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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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을 연 EBS 온라인클래스가 잇단 접속 장애로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분통을 터뜨린 일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 원인은 정부가 발주하는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하게 한 제도에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중소기업 키우기’ 명분으로 2013년부터 80억원 이상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이 제도 탓에 수십만 명의 동시 접속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시스템을 단독으로 구축했고, ‘먹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BS 먹통 사태는 주요 SW 대기업이 소방수로 나선 뒤에야 정상화됐다.

정부는 이후 신시장 창출 등 때는 예외적으로 대기업의 공공SW 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봤다. 하지만 제도의 큰 틀은 전혀 건드리지 않아 “거의 바뀐 게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 비슷한 사태가 또 터졌다. 지난 7월 구축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수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은 것. 백신 예약 시스템 역시 중소기업 단독 개발→먹통 사태→대기업 투입으로 해결 등 EBS 사태와 같은 길을 걸었다. 그나마 다른 게 있다면 사건이 터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공개 질책했다는 점뿐이다.

“이번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졌다.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기업 공공SW 사업 참여 제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실망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국가적으로 긴급한 공공SW 사업은 대기업 참여 제한 예외 심사를 15일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현재 대기업이 공공SW 사업에 참여하려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 등 예외 사유 판정→발주 기관의 예외 적용 신청→예외사업 심의위원회 심의 통과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심의위원회 심의엔 평균 45일이 걸린다. 이런 복잡한 절차는 그대로 둔 채 심사 기간만 줄이는 식으로 ‘찔끔’ 손을 본 것이다. 15일로 줄인 것도 실효가 적다는 지적이다. SW업계 한 관계자는 “정말 긴급한 사태가 터지면 기술력이 제일 좋은 기업을 당장 투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 기업을 투입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만 15일간 머리를 싸맨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보호는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백신 예약, 학생 원격 수업 등 수많은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중요한 공공 서비스를 차질 없이 제공하는 일보다 중요할까. 과기정통부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명분에 집착해 더 큰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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