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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나오고, 연기금이 담고…비트코인에 스며드는 미국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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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소방관 구호·퇴직급여 펀드는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2500만달러(약 29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아지트 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암호화폐는 이제 우리가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의 한 종류가 됐다"며 "우리는 오랫동안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자산으로 암호화폐를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경찰퇴직기금과 공무원퇴직기금도 이사회 승인을 거쳐 암호화폐 투자펀드에 5000만달러(약 590억원)를 집어넣기로 했다. 두 연기금은 2년 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해왔다.

블룸버그는 "공적 성격이 강한 연기금은 암호화폐 열풍에 더디게 반응해왔지만 앞으로 강력한 투자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전미퇴직기금관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 주(州) 정부와 산하 지방자치단체 연기금이 굴리는 자산은 5조5000억 달러(약 6480조원)에 달한다.
월마트에는 코인 키오스크 보급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쓴 비트코인이 또다시 새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최초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고, 공적 연기금의 투자 대상으로도 편입되는 등 비트코인을 둘러싼 긍정적인 재료가 쌓이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체인 월마트는 현지 매장에 비트코인 환전 키오스크 200여대를 설치해 소비자들이 비트코인을 손쉽게 살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전 환전 기기를 운영하는 코인스타와 협력해 시범 실시하는 이번 사업이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면 비트코인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와 관련한 자금 운용 서비스를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투자 플랫폼 '포어스올'(ForUsAll)은 지난 7월부터 퇴직금의 일부를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했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데스크 기준으로 지난 20일(현지시간) 6만6974달러까지 오르며 지난 4월 사상 최고가 기록(6만4천899달러)를 반년 만에 넘어섰다. 당분간 상승세에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그 호재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사상 최고가 터치…연내 10만弗 가능한가

최근 상승세의 배경으로 무엇보다 비트코인 선물 기반 ETF인 '프로셰어즈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의 출시가 꼽힌다. 비록 현물이 아닌 비트코인 선물을 추종하는 상품이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제도권 금융의 수용이 더 확대됐다는 의미를 띠고 있어 비트코인 투자 심리에 불을 지폈다.

'BITO'라는 종목 코드(티커)로 상장한 이 상품의 인기는 상당했다. 19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첫날 거래액이 9억8000만달러(약 1조1549억원)로, ETF 상장 첫날 거래액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이 ETF의 운용자산은 거래 첫날 2000만달러에서 둘째 날에 11억달러로 불어났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는 ETF 중 가장 빨리 운용자산 10억달러를 돌파한 사례였다.

비트코인 선물 ETF의 추가 상장도 이어진다. 발키리의 비트코인 선물 ETF가 22일 상장됐고, 반에크의 ETF는 다음 주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10여개 ETF가 향후 수개월 내 시장에 나온다.


나임 아슬람 아바트레이드 수석 시장분석가는 "비트코인 ETF의 성공에 힘입은 가격 모멘텀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이 올 연말까지 10만달러대에 쉽게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 시장분석가는 "현재 모멘텀이 계속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7만5000달러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10만달러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상승, 인플레 우려 때문"

비트코인 상승세는 프로셰어즈의 ETF가 아니라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회피(헤지)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프로셰어 ETF 출시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신규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되는 새 국면을 촉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나은 인플레 헤지수단이라는 인식이 최근 상승세의 주요 동력"이라며 "이는 9월 이래로 골드 ETF에서 비트코인 펀드로 자금 이동을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최근 과매수 상태이기에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상대적 강도 지수(RSI)는 지난 21일 71을 기록해 과매수 구간에 들어갔다. RSI는 기술적 지표의 하나로, 이 값이 70을 넘으면 과매수, 30을 밑돌면 과매도 상황을 의미한다. 비트코인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 이후에 매도세가 이어져 왔던 전례를 고려하면 당분간 하락세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비트코인은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였다. 시장분석기관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니컬러스 콜러스 공동 창업자는 "비트코인은 화려한 이벤트 시기 전후로 정점을 찍는 경향이 있다"며 "수개월 또는 수년 기간에 걸쳐 조금씩 자산을 조정하는 접근 방식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코인 채굴 '도태산업'으로 지정한 중국

미국과 반대로 중국에서는 당국 주도로 민간 암호화폐 '퇴출 작업'이 거세다. 22일 중국 관영매체 인민망에 따르면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산업 구조조정 지도목록'을 개정하면서 암호화폐 채굴을 도태산업에 포함하기로 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중국은 지난 5월 류허(劉鶴) 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에서 "비트코인 채굴·거래를 타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에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와 쓰촨(四川)성 등 각지에서 대대적인 암호화폐 채굴장 단속과 폐쇄 조치가 이뤄졌다.

중국이 암호화폐 채굴을 도태산업으로 분류하려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채굴이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는 적으면서 에너지 소모와 탄소 배출은 많은 분야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이달 7일 기준 거래, 채굴, 정보 제공 등 암호화폐 관련 주요 기업 20여 곳이 중국 본토 이용자 대상 서비스를 접었으며 해외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본토에서는 90% 이상의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 문을 닫았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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