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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김·권진아·적재가 외교부에?…"제 군인 친구 생각하며 가사 썼어요"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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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속에 이런 라임이 있어요. ‘No more words to pray we come back home again’, 즉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할 필요도 없는 세상을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가수 샘김이 지난 21일 자신이 작사·작곡한 한 노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어 “군인 친구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라며 “목숨 걸고 우리 평화를 지켜주는 제 친구나 군인, 경찰을 생각하며 가사를 썼다”고 덧붙입니다.


샘김은 이날 같은 소속사 가수인 권진아, 적재와 함께 외교부 청사를 찾았습니다.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를 기념한 캠페인송 제작과 관련해 외교부와 안테나 간 업무 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샘김은 이날 “처음에 프로젝트 제안이 들어왔을 때 안테나 가족들이 모두 들떴다”며 “내가 아는 그 유엔인가 하며 신기해 했다”고 소회를 밝힙니다. 이창희 안테나 이사는 “음악을 만들어서 기여한다는 게 뜻 깊었다”고 말합니다. 아직 제작중인 캠페인송의 주제는 ‘평화’라는 설명입니다.
12월, 서울에 150여개국 장관들이 모인다
샘김이 캠페인송을 만드는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유치한 최대 규모의 다자 국제회의 중 하나입니다. 이 회의는 2015년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공동으로 주최한 ‘평화유지 정상회의’를 계기로 출범했습니다. 각 유엔 회원국의 평화유지군(PKO) 공약 확보 등 기여 확대를 목표로 합니다. 2016년 영국에서 1차 회의가 열린 이후 캐나다·유엔이 각각 주최했습니다. 오는 12월 7~8일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는 4차 회의입니다.

평화유지 장관회의는 정상회의는 아니지만 각국 국방·외교장관, 국제기구 대표, 민간 전문가 등이 대거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에 154개국 장관들과 전문가 등 약 1300여명을 초청했습니다. 회의는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리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에서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관련 전시회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이 유엔에 가입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이번 회의를 유엔 가입 30년만에 유일하게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경험을 개발도상국에게 공유하는 계기로 삼겠단 목표입니다. 서은지 준비기획단장은 “유엔 가입 30주년인 올해 유엔과 공동으로 개최되는 유엔 평화 안보 분야 최대 규모의 회의가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고 왜 평화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지 국민들과 같이 공감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6·25전쟁 당시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엔군의 지원을 받아 북한군의 남침을 방어한 국가입니다. 한국은 1993년 국내 최초의 유엔 PKO 부대인 ‘상록수부대’를 소말리아에 파병한 이래 현재까지 레바논에 파병돼있는 동명부대와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 등 총 7개의 부대를 PKO 활동에 파병했습니다. 현재 PKO에 소속된 국군 장병은 600여명에 육박합니다.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PKO 분담금 역시 1억3600만달러(약 1600억원)로 세계 10위권 규모입니다.
'위드코로나' 맞아... 대면 국제회의 서서히 부활
현재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전면 대면 회의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는 정부 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에 한국의 방역 상황과 ‘일상으로의 전환’을 홍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죠.

평화유지 장관회의 직후인 오는 12월 11~12일에는 이즈미 나카미츠 유엔 군축대표, 마시모 아파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관 등이 참석하는 가운데 한·유엔 군축 비확산 회의도 서울서 개최됩니다. 이밖에도 같은달 16~17일에는 제1차 세계신(新)안보포럼이 서울에서, 18~19일 제6차 부산글로벌파트너십포럼이 부산에서 개최됩니다.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대면 국제회의 개최를 재개하는 것입니다.

사실 정부가 이번 회의에 더욱 신경을 쓰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 개회식에 상영된 영상에 난데없이 평양이 등장해 큰 파장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개회식 영상에는 개최지를 시작으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까지 빠르게 ‘줌 아웃’되는 영상이 삽입됐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의 시작점은 한국 정치의 상징인 여의도도, 정상회의가 개최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15만 명의 북한 주민 앞에서 연설한 ‘5·1 경기장’이 있는 능라도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유치한 최대 규모의 다자 정상회의이자 한국 최초의 기후 관련 정상회의였지만 그 의의가 ‘능라도 영상’ 하나로 묻혀버린 것이죠.


지금도 수 백여명의 국군 장병들은 전 세계 곳곳의 위험한 분쟁 지역에서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동시에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낯선 곳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묻혀있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평화유지 장관회의를 유치하는 것은 매우 뜻깊습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같이 뜻깊은 회의가 혹여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창하는 계기로 활용되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과연 가수 샘김의 말처럼 이번 회의가 특정 정치색이 묻지 않고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할 필요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의미있는 회의로 끝날 수 있을까요.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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