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과 함께 큰 손으로 불리던 개인 투자자들이 달라졌다. '공포에 사라'는 격언에 따라 지수가 빠질 때 주식을 대거 샀던 개인들이 최근 자금줄이 마르면서 거래규모가 줄고 있다. 연초 사상 첫 코스피 3000 시대를 이끌었지만 금융당국의 대출조이기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0조5724억원에 그쳤다. 지난 19일에는 연종 최저 거래대금인 10조112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11일 44조4338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마이너스 등락률을 기록했다. 올 초 3000선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가 최근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30일 3296.68로 마감한 코스피는 지난달 30일 3068.82로 주저앉았다. 6월 말과 비교해 3개월 만에 23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3분기 등락률이 마이너스(-)6.9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20.16%) 이후 첫 분기 기준 마이너스다.
올 초 3000선을 넘은 코스피는 1분기(6.54%)와 2분기(7.68%)에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6~7월엔 세 차례나 3300선을 넘기도 했으나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 이슈와 함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지수에 악영향을 줬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 하락 폭은 더욱 커지며 약 6개월 만에 3000선을 밑돌기도 했다.
지수가 부진하자 개인투자자들의 힘도 점차 빠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까지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자금줄까지 막힌 상황이다. 9월말 25조원대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10월들어 약 2조원 줄어들며 지난 20일 기준 23조5863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주식 매수 자금 대출로, 증권사와 신용거래에 대해 사전 약정을 맺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용거래융자에는 고율 이자가 따르지만, 주가가 오르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도 투자 원금 대비 높은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바라보지만 투자 실탄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한다.
문제는 대부분 증권사의 신용공여 규모가 한도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의 투자자 신용공여 자체한도 대비 대출 비중은 100%에 달했고, 삼성증권(98.9%)·KB증권(98.6%)·미래에셋증권(97.1%) 등은 거의 소진 상태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중형 증권사 역시 신용잔고가 이미 법정한도의 9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투자자 신용공여 법정한도 대비 잔액 비율은 91.5%에 달하며 대신증권(90.9%), 하이투자증권(90.4%) 순으로 90%를 넘어섰다.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내에서만 신용공여가 가능한데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의 소진을 막기 위해 법적 한도보다 자체 기준을 낮게 잡아 관리하고 있다.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되면 증권사는 신규 대출을 막고 기존 것만 재연장한다. 금융당국 역시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 증권사에 관리 지시를 당부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증시 바닥이 깊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금융당국까지 대출조이기에 나서면서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