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운송도 ‘스톱’
미국 내 대표 항구들이 병목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수요는 늘고 있는데 물류는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선박들이 항구로 들어오지 못하면서 LA 주변 연안이 거대한 대기실로 변한 지 오래다.진 세로카 LA항 이사는 “인근에 100여 척의 화물선이 있는데 20만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가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21일까지 LA항과 롱비치항에 도착할 화물선만 45척이다. 대기 선박이 하나도 없던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미국 서부 항만의 병목 현상은 동부 항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폭스비즈니스는 “조지아주의 서배너항 앞바다에 20척에 달하는 화물선이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게 물류 대란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항만의 하역 담당 인력뿐 아니라 물류센터 직원도 뽑기 힘들다. 육상 운송을 담당할 트럭운전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크리스 스피어 미국트럭협회장은 “코로나19 이전에도 6만 명 이상의 트럭운전사가 모자랐는데 코로나19 이후 대면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하면서 지금은 8만 명의 트럭운전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군대가 해결사로 나서나
물류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백악관도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LA항과 롱비치항을 24시간 풀가동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월마트, 페덱스 등 6개 회사도 연장 근무에 동참했다. 당시 백악관은 민간 기업들의 협조로 주당 3500개의 컨테이너를 추가로 하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꽉 막힌 물류가 바로 풀리지 않았다. 컨테이너 하역 작업의 대혼란을 뜻하는 ‘컨테이너겟돈(컨테이너와 아마겟돈의 합성어)’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자 주(州)방위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3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컨테이너겟돈을 해소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WP는 “백악관이 수입과 배송이 지연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논의하다가 주방위군 투입까지 고려하게 됐다”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주방위군을 동원하기보다 각 주를 통해 군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물류 대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병목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연말 쇼핑 시즌에 주문이 폭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연말 쇼핑 품목뿐 아니라 화장지와 생수, 옷, 반려동물 사료 같은 필수품도 영향받을 것이라고 BBC는 전망했다. LA항만청은 “항만 내 하역 정체가 미국 공급망 차질의 주요 요인인데 이런 현상이 최소 내년 2월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윌리 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BBC에 “물품이 생산되더라도 물류난으로 인해 소매업자들이 물건을 배달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