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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엣지] 은행 품는 편의점…"금융 소비자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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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은행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편의점에서 현금 출금 등 긴급 업무만 가능했지만 지난해부터 공과금 납부 등 기능이 본격 확장됐지요. 현재는 카드 발급, 계좌 개설 등 은행 창구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점포까지 생겼습니다. 편의점은 은행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소비자들을 점포로 불러들이고,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윈윈’ 전략입니다.

BGF리테일은 지난 12일 금융특화매장인 ‘CU마천파크점X하나은행’을 열었습니다. 지난달 BGF리테일이 하나은행과 체결한 업무협약의 첫 결과물입니다. 점포명부터 BGF리테일과 협력한 하나은행 이름이 들어가지요. 단순히 편의점에 금융기기를 들여놓는 차원이 아니라, 편의점 안에 작은 은행을 구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점포에는 위 사진처럼 단순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아닌 종합금융기기(STM·Smart Teller Machine)가 설치돼 있지요. 계좌 개설과 체크카드 발급 등 은행 업무 50여 가지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금융 업무에 필수인 본인 인증은 은행 직원과 화상 상담을 하거나, 바이오 인증을 하면 됩니다. 이전에는 은행 지점을 방문해야만 했던 업무들을 편의점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 거죠.

CU 마천파크점X하나은행은 기능뿐 아니라 외관도 은행 지점처럼 꾸몄습니다. BGF리테일은 50여평 규모의 이 점포 안에 약 12평 크기의 작은 하나은행 지점을 구현해놨습니다. 소비자들이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휴게 시설을 만들었고, 하나은행의 지점 기준대로 소형 정원을 꾸몄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5월 GS리테일은 신한은행과 유사한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금융 특화 점포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로, GS리테일은 다음달 강원도 정선에서 금융 특화 편의점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역시 편의점 점포에 전용 기기를 설치해 직원과의 원격 상담을 통해 다양한 금융 업무를 처리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은행들은 왜 편의점을 오프라인 거점으로 선택했을까요. 코로나19 사태 후 비대면 금융 거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해졌습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급격하게 몸집을 불린 반면, 젊은 금융 소비자들을 대거 뺏긴 전통 은행들은 오프라인 지점들을 줄이며 디지털 전환에 나섰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은행 점포 304곳과 1769개의 ATM기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올 들어서만 은행 점포 79곳이 문을 닫았고, 하반기에도 주요 은행에서만 100곳 이상 점포를 통폐합한다고 하지요.

그러나 여전히 오프라인 은행 창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에,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층이 아닌 고령층 가운데 ‘대면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지요. 그런 사람들이 은행 대신 편히 방문할 수 있는 장소로 편의점이 제격이었던 겁니다. 편의점은 거리마다 있으니까요.



BGF리테일이 첫 금융 특화 점포를 마천파크점으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점포 인근 500m에 은행 지점이나 자동화지점이 한 곳도 없었습니다. GS리테일 역시 신한은행과 협업한 금융 특화 점포를 도서산간 지역 등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우선 설치할 계획입니다.

편의점들은 금융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람들을 점포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유통 채널에서 가장 중요한 ‘집객’ 효과지요. 금융 특화 점포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연령층이 다양해지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젊은 층이 주 소비자인 데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경쟁이 치열한 국내 편의점 점포로선, 금융 업무를 처리하려는 중장년층이 방문하는 것 자체가 소득이니까요. 온 김에 음료수 한 병, 담배 한 갑 사가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편의점 업계가 최근 금융뿐 아니라 택배, 세탁 등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도입하며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추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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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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