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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공동부유' 외치는 중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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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부유(共同富裕) 슬로건이 중국 사회를 휘몰아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8·17 재경위원회에서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서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소수의 번영은 옳지 않으며 질 높은 발전 속에서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동부유론이 제기된 배경에는 극심한 불평등 문제가 있다. 선부론(先富論)을 앞세운 선성장 후분배 전략으로 도농 간, 계층 간, 지역 간 격차가 한계치를 넘어섰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에 따르면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31%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 21%에서 급증했다. 소득 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가 2017년 0.467에 달했다. 개혁개방이 불평등과 부패, 사회의 도덕적 토대의 침식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6억 인구가 월 1000위안(약 17만원)으로 생활한다”는 리커창 총리의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시진핑이 4억 중산층 확대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극심한 빈부격차가 공산당 체제에 본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당정국가(黨政國家)이다. 당은 민생을 책임지고 경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에서 정통성을 확보한다. 불평등이 인민을 중심에 둔다는 통치 이념을 위협하고 있다. 공동부유는 마르크스 사상의 지향점으로 당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대의다. 2018년 마르크스 탄생 기념행사에서 “역사와 중국 인민이 마르크스주의를 선택한 것이 백번 옳았다”고 선언한 것은 공산주의의 뿌리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중 간 신냉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1979년 수교 이래 미국은 포용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호전적 행태로 대중 전략을 수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새롭게 인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전쟁과 화웨이 규제는 새로운 대중 전략의 일환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계승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 청사진을 뒤흔들 수 있는 엄중한 사태다. 중화주의를 고양하고 인민의 결속 강화가 중요하다. 공동부유를 통해 인민 불만을 최소화해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크다. 마오쩌둥이 한국전쟁에 임해 항미원조(抗美援朝)로 반미 감정을 고취했듯이 시진핑은 공동부유로 인민을 결집하려 하고 있다.

포퓰리스트 이미지를 고양할 필요가 있다. 시황제로 불리는 권위적 면모를 불식하고 인민을 위해 고뇌하는 대중주의자로의 변신이 시급하다. 현 상황을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큰 변화의 시기로 규정하고 미국을 추월할 전략적 기회의 시기로 파악한다. 인민을 싸움에 기꺼이 동참시키기 위한 당근이 공동부유다. 부패와의 전쟁,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기술기업에 대한 홍색규제는 일당 지배에 도전하지 말라는 채찍이다.

공산당은 국가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가자본주의는 ‘정치 자본주의’의 속성을 벗어날 수 없다. 당정이 시장보다 큰 목소리를 내는 구조다. 국유기업이 주도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이 강화된다. 도시 일자리 90%, 세수 50%를 창출하는 민영기업은 위축되고 있다. 시장경제는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현대화의 유용한 수단일 뿐이다. 당은 국유기업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중요하고 본질적 기초로 인식한다. 국유기업은 4000만 명 이상을 고용하는 거대 집단이다. 국가자본주의는 구조적 특성상 부패 근절이 불가능하다. 유력 정치 세력이 국유기업의 이해관계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중국 경제의 뇌관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부문도 정치적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는 정부의 개입으로 공동부유가 공동빈곤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시장과 민주주의 체제라는 적절한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공동부유라는 포퓰리즘적 행보는 권위주의 통치를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마오쩌둥은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을 통해 인민을 변화시키려는 전대미문의 사회적 실험을 시도했고 그 결과는 국가적 재앙이었다. 개혁개방의 새 국가 전략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데 40년이 소요됐다. 공동부유론은 시진핑의 승부수다. 성공 여부에 14억 중국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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