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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코노미] 우버·아마존 등 거래시 문제 발생하면 중재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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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사용이 처음부터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카드 발급에 적극적일 만큼 카드를 받아주는 상점이 많지 않았고, 상점들로 하여금 카드를 받도록 설득할 만큼 카드를 소지한 소비자가 적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였다. 하지만, 1958년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임원 조지프 윌리엄스는 이를 극복하며 신용카드 사업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캘리포니아 주민 200만 명에게 임의로 카드를 발송한 것이다. 신용카드를 들고 있는 소비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2만여 곳의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멕스 카드의 성공 사례
신용카드는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이다. 소비자에게는 대출이자와 연체료를, 상점으로부터는 신용카드 거래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부과했다. ‘닭과 달걀의 문제’를 해결하며 플랫폼에 시동을 걸었지만 윌리엄스의 시도는 실패했다. 문제는 연체율이었다.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보유율을 높이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민 중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관련된 고객 200만 명에게 카드를 원하는지와 무관하게 우편으로 발급한 것이 문제였다. 당초 예상 연체율은 4%였으나, 실제로는 25%에 가까웠다. 결국 1959년 말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면서 그의 시도는 끝이 났다. 반면, 1957년 신용카드 사업의 첫발을 뗀 아메리카익스프레스(아멕스)는 달랐다. 아메리카익스프레스는 이미 처음으로 여행자수표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로부터 신망이 높았다. 게다가 1차 세계대전 때 미처 유럽을 빠져나오지 못한 미국인들을 아멕스 유럽 지사가 지원하면서 그 명성이 매우 높았다. 아멕스는 자신의 이미지를 잘 활용했다. 아멕스는 모든 참여자에게 무상으로 카드를 발급하지 않고, 오히려 계정 개설에 6달러를 부과했다. 대신 수수료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나중에는 회원 등급을 골드와 플래티넘으로 세분화해 더 높은 연회비를 받고, 보다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멕스 카드는 품위의 상징이 됐다. 상점들은 소비자를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아멕스 카드를 받았다. 수수료가 경쟁사에 비해 더 높았지만, 구매 여력이 높은 소비자 유치를 위해서라면 문제 되지 않았다.
올바른 규칙의 수립
두 플랫폼의 성패를 가른 요인은 플랫폼 설계 규칙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용카드를 아무에게나 발급하는 실수를 범했다. 연체율도 문제였지만, 신원 도용을 비롯한 다양한 부정행위가 만연했다. 올바른 소비자를 끌어들이지 못한 규칙은 성공적인 출발에도 플랫폼을 한순간에 무너지게 만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익스프레스 모두 직면한 문제는 동일했다. 한쪽 측면에서는 특정 부류의 소비자를, 다른 측면에서는 많은 수의 상점을 하나의 신용카드로 묶어내야 했다. 플랫폼 설계와 지속 가능성에 적합한 규칙을 도입한 아멕스는 성공할 수 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올바른 규칙을 도입하자 성공적으로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은행 융자부가 신용카드 사업의 감독을 맡아 기존 카드 소지자 심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한도를 높이거나 낮추자 플랫폼 사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사업 영역을 국제무대로 확장했고, 여러 나라에서 제휴 카드 발급을 담당하던 은행들의 연합을 만들어 통제권을 이어갔다. 연합은 1975년 카드 명칭을 ‘비자(VISA)’로 변경했다.
자유로운 규칙 설계와 견제
플랫폼의 표면적인 역할은 중개다.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경제학자 장 티롤은 플랫폼 없이는 양 측면의 참가자들이 서로를 아예 발견할 수 없는 시장을 양면시장으로 정의했다. 양 당사자가 플랫폼 없이는 서로 합의해 거래할 수 없어 필연적으로 플랫폼은 시장 조성자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 역할은 심판이나 중개인의 형태로 나타나며 때로는 경찰처럼 바람직하지 못한 참여자를 걸러내기도 한다. 우버나 아마존 모두 다양한 장치를 통해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지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중재자로 나선다.

이처럼 플랫폼은 바람직한 시장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 당사자는 순식간에 플랫폼을 떠나버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플랫폼 균형을 깨뜨릴 만한 아슬아슬한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중재자 역할을 넘어 직접 선수로 뛰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특정 상품이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 해당 상품의 일부를 직접 재고로 확보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그렇게 되면 판매자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만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힘의 남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런 행위는 사실 아마존 입장에서는 플랫폼 성공에 중요한 소규모 판매상을 붙들어 두기 위한 조치다. 정교한 플랫폼 설계를 위한 하나의 규칙인 셈이다. 하지만 남용할 경우 문제가 확대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견제받지 않는 힘은 언제나 부패하기 마련이다. 플랫폼 기업에는 투명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충족하며 스스로 자신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자율성의 영역을 보장하는 동시에 한 발 뒤에서 바라보는 견제가 병행돼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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