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모자를 쓴 중년 여성이 자전거를 타다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보며 파안대소하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표정을 자세히 보면 기쁨 외에도 해방감이나 그리움, 슬픔 등 여러 복잡한 감정이 읽힌다. 인간의 솔직한 감정이 드러난 순간을 그림으로 옮겨 웃음 속에 숨겨진 아픔과 상처를 조명하는 퀸지 디 작가의 '그때는 설레었지요'다.
서울 사간동 록갤러리에서 오는 19일 퀸지 디 작가의 개인전 '북촌 허풍담'이 개막한다. 이 작품을 비롯한 그의 회화 14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작가의 화풍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한국화와 일본화의 채색기법을 비롯해 서양화의 조형어법 등 다양한 요소가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자유로움이야말로 퀸지 작가가 지닌 장점"이라며 "작가의 작품 위에서는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문학적 감수성이 새로운 생명력과 리듬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웃음 속에 숨겨진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독특한 작업 과정을 거친다. 멀쩡한 캔버스를 사용하는 대신 온갖 재료로 표면의 결을 일어나게 하고, 이후 픽사티브로 딱딱하게 굳히거나 아교 반수로 고정시키는 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면은 선 하나를 제대로 긋기도 어려울 만큼 거칠어진다. 이런 종이를 달래가며 색을 올리고, 거칠고 푸석푸석한 질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림 속 등장인물의 삶의 결이 드러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시장에서는 흑백으로 묘사된 등장인물과 레고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그림 'Better than Yesterday', 연인이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을 그린 '순간의 진실' 등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달 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