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3차원에서 2차원으로 자사 로고와 자동차 엠블럼 디자인을 잇따라 바꾸고 있다. 양각, 음영, 다양한 색상을 이용했던 입체적인 로고를 평면으로 단순화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명함부터 사내 문서, 광고에 이르기까지 교체에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도 완성차 업체들이 로고를 바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제네시스, 제너럴모터스(GM), BMW, 미니, 폭스바겐, 닛산, 푸조, 르노, 볼보 등 10여 개사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새 로고나 엠블럼을 적용했다. 제네시스는 첫 전용 전기차 GV60에 기존보다 두께를 80% 줄인 납작한 엠블럼을 적용했다. 기아는 27년 만에 빨간색 원형의 기아자동차에서 검은색으로 단순화한 기아로 로고와 엠블럼을 교체했다. 닛산은 원 가운데 길게 들어가는 박스를 없애고 띠를 가늘게 바꾼 새 로고로 20년 만에 바꿨다. 5월부터 전기차 리프의 엠블럼으로 적용했다.
이들 기업이 ‘로고 혁신’에 나선 이유는 미래차 시대를 맞아 전통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대내외에 표출하기 위해서다. 전기차의 친환경적이고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디자인이기도 하다. GM은 하늘색 바탕으로 엠블럼을 바꿨고, BMW는 검은색 테두리 대신 흰색을 강조했다.
2차원 로고가 3차원보다 시인성(모양이나 색이 눈에 잘 띄는 성질)이 좋다는 디자인적 측면도 고려했다. 전기차는 라디에이터 그릴(흡기구)이 줄고 보닛이 전면을 넓게 덮어 눈에 잘 띄는 로고가 필요하다. 전기차 전면부에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로고가 단순해야 패널의 빛이 퍼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차원 이미지가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화면에서 구현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레이더 등 센서는 차량 전면의 엠블럼 뒤쪽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얇은 평면 형태는 레이더 전파가 난반사될 가능성을 줄여 정확도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