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에 달하는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초과 이익을 민간에 몰아주는 수익 배분 구조를 민간업자인 성남의뜰컨소시엄이 성남시에 처음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이 주관사인 성남의뜰컨소시엄의 이런 제안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주주 간 협약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국민의힘은 “민간사업자 공모 전 단계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업체들이 사전 논의했을 개연성이 크다”며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수영 “성남도개공 배임 혐의”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소속 박수영 의원이 13일 공개한 성남의뜰의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제안서에 따르면 사업 출자자(주주)는 △성남도시개발공사 50.1% △하나은행 등 금융권 43% △화천대유자산관리 및 특정금전신탁 6.9% 등으로 구성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등 금융권은 미리 정한 이익을 초과해 배당받을 수 없는 ‘비참가적 우선주’를 받기로 했다.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은 액면가 대비 연 25% 확정배당을 받는다고 명시됐다. 화천대유와 특정금전신탁은 초과 이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보통주를 받는 구조다. 당시 하나은행과 경쟁했던 산업은행과 메리츠증권컨소시엄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나눠 이익을 배분하는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마감일인 2015년 3월 26일 제출된 성남의뜰의 이런 주주 구성과 이익 배분 방식은 같은 해 체결된 사업협약(6월 15일)과 주주협약(6월 22일)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달라진 내용은 우선주를 1종과 2종으로 구분하고, 1종은 성남도시개발공사, 2종은 금융회사에 배정한 조항 정도다. 이런 주주 구성으로 민간업자인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는 자본금으로 3억5000만원을 출자한 뒤 지난 3년간 404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박 의원은 “과반 의결권을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사업 수익 배분을 변경할 권한이 있었지만 성남의뜰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물론 하나은행 등 금융사들도 배임 혐의가 짙다”고 지적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모 전 배포한 공모지침서에 따라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개된 성남의뜰의 공모 제안서가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것을 막았다”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 주장과 배치된다고도 했다. 민간업체인 성남의뜰이 제안한 주주 구성과 사업 수익 배분 구조가 그대로 실제 사업협약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모든 사업자 선정 절차는 미리 일반에 공개된 공모지침서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검찰, 변호사비 대납 공공수사2부에 배당
검찰은 이날 이 지사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시민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이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경근)에 배당했다. 이는 시민연대당이 지난 7일 이 지사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이 지사가 자신의 변호사비로 3억원을 썼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로는 특정 변호사에게 현금과 주식 등 20억여원을 줬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다. 이 지사가 지사직에 당선된 이후 2018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는데, 이 과정에서 이 지사가 변호사들에게 지급한 비용이 제3자로부터 흘러왔다는 것이다. 대검은 고발장 접수 직후인 8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넘겼다.
경찰도 자체적으로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최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 공무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8일과 12일에도 시 관련 공무원에 대한 조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찰은 우선 해당 휴대폰이 포렌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복구가 가능한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이날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가족과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의 여권을 무효화했다.
좌동욱/안효주/송영찬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