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국내 수출용 김치 제조업체들은 돌발 악재에 골머리를 앓았다. 유럽연합(EU)이 수입식품 규정을 개정해 ‘동물성 식품’이 포함된 식품의 인증 절차를 의무화하면서 김치를 수입 규제 대상에 올렸기 때문이다. 김치 제조에 사용되는 젓갈이 문제였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세계김치연구소, 김치 제조기업 등과 함께 대응책을 모색했다. 그 결과 EU 인증을 통과한 젓갈을 중소 김치 제조사들이 공급받을 수 있게 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유럽 김치 수출은 올해에만 30% 넘게 증가해 수출액이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13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농식품 수출액은 61억9260만달러를 기록했다. 농식품 수출액이 6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55억1580만달러)을 큰 폭으로 넘어서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식품부는 김치, 라면, 딸기, 포도 등 한국산 농식품의 인기에 민관합동 수출 지원 노력이 더해져 올해 농식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 품목은 김치다. 김치는 유럽뿐 아니라 전통적인 수출국인 일본과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분기까지 수출액이 각각 6330만달러, 2130만달러로 16~22%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선 김치의 건강 기능성을 규명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미국 화학회 학술대회에서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교수 등이 김치 유산균의 염증 완화 효과에 대해 발표해 미국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인삼은 미국과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수출액이 22.9% 증가한 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정부가 ‘스타품목’으로 지정해 수출을 지원한 딸기와 포도는 각각 24.7%, 17.3% 늘었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지역을 새롭게 개척한 것도 수출 급증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국가들의 수출액 합은 13억6980만달러로 기존 최대 수출 지역이던 일본(10억4410만달러)을 넘어섰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수출 증가세를 4분기에도 이어가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온라인 유통채널 등 판로 개척에 나선다. 11월 중화권의 광군제와 12월 쌍십이절 등을 연계해 인삼과 영유아 식품을 판매한다. 두바이엑스포, 미국 김치페스티벌, 러시아 K푸드페어 등 각종 행사를 통해서도 한국 농식품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어와 직접 연결하는 대규모 온라인 수출상담회도 연다.
딸기와 포도 등 신선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전용 선복과 항공기도 확대 운항하기로 했다. 현재 미주노선만 운영 중인 전용 선복에 호주 노선을 추가하고, 딸기 전용 항공기는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행 전용기를 마련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81억달러를 기록해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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