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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내연녀에게 준 아파트 세금, 내가 내야 한답니다" [더 머니이스트-정인국의 상속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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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인 양달남 씨에게는 스무 살 어린 내연녀 간통희가 있었습니다. 둘은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였다가 어느 순간 정이 깊어졌습니다. 양달남은 간통희에게 살림까지 차려주었지요. 양달남은 시가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해 간통희가 거주하도록 해줬습니다. 그러던 중 양달남은 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죽음이 임박해진 양달남은 아파트 명의를 간통희에게 이전해주었습니다. 아파트 증여에 따른 증여세를 간통희가 납부하긴 했지만, 아마도 양달남이 내주었을 겁니다.

양달남은 병원에서 투병을 하다가 췌장암으로 숨지게 됐습니다. 양달남의 상속인으로는 20년을 동고동락한 부인 본부희와 미성년인 딸 양하나가 있습니다. 양달남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스톡옵션 주식은 간통희에게 아파트를 사주느라 이미 모두 처분했던 터였습니다. 남아있는 상속재산은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시가 18억원 상당의 아파트 1채와 은행예금 2억원 정도입니다. 부인과 딸은 남편이 회사 스톡옵션을 보유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배우자 공제와 동거주택 상속공제 등을 받고 나니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많지 않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내연녀에게 증여한 아파트 세금, 본처가 내야한다?
그런데 양달남의 사망 후 1년 남짓 지나서 충격적인 일이 발생합니다. 세무서로부터 상속인인 본부희와 양하나에게 억대 금액의 상속세 납세고지서가 날아온 겁니다. 양달남이 내연녀 간통희에게 시가 10억원 상당 아파트를 증여해준 사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상속세를 본부희와 양하나가 내야 한다는 겁니다. 본부희와 양하나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내연녀가 있는 것도 모자라 남몰래 있던 재산으로 아파트를 사준 것도 기막힌데, 상속세까지 내야한다니 말입니다.

믿기 어렵지만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우리 세법상으로 피상속인(사례에서 양달남)이 사망 전 5년 내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모두 포함됩니다. 그리고 추가된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증여받은 제3자(간통희)가 아니라 상속인들(본부희와 양하나)이 내야 합니다.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제3자의 명의를 빌려 증여의 형식으로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겁니다. 제3자가 증여받을 당시에 증여세를 냈다면, 그 금액만큼 상속세를 계산할 때 빼줄 뿐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3조(상속세 과세가액) ① 상속세 과세가액은 상속재산의 가액에서 제14조에 따른 것을 뺀 후 다음 각 호의 재산가액을 가산한 금액으로 한다. 이 경우 제14조에 따른 금액이 상속재산의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은 없는 것으로 본다.
1.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
2.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가액
따라서 양달남이 내연녀인 간통희에게 증여한 10억원짜리 아파트는 양달남의 상속재산에 고스란히 합산됐습니다. 늘어난 상속재산에 대해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렇다보니 상속인 본부희와 양하나가 추가로 더 내야 하는 세금이 나온 것이지요. 결국 상속세는 억대 금액이 된 것입니다.
망인이 증여 아니라 유증 택했더라면…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양달남이 남은 유가족들 모르게 내연녀에게 아파트를 증여하려면 '생전 증여'가 아니라 '유증'을 택했어야 합니다. '유증'이란 유언에 의하여 상속재산을 타인에게 증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유증의 경우에는 증여받은 상대방(사례에서 간통희)은 상속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받은 비율만큼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간통희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재산가액은 전체 상속재산가액 30억여 원의 1/3이니, 상속세도 그 정도가 됩니다.

양달남은 유증이 아닌 생전증여를 택했습니다. 이 바람에 간통희에게 증여한 10억원짜리 아파트에 대한 상속세 부담은 고스란히 본처와 자식들이 부담하게 된 것입니다. 돈만 문제가 아닙니다. 양달남은 부인과 자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내연녀가 있었다는 것도 충격인데, 내연녀에게 아파트까지 사줬고, 게다가 그 세금은 본처와 자식들이 내야 한다니요. 양달남은 자신의 기일에 제삿밥이라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있을까요.

여담이지만 몇 년 전에 사망한 모 재벌회장의 배우자가 남편의 장례기간 중 빈소를 지키지 않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재벌회장이 내연관계에 있는 회사 직원에게 아파트를 사주고 살림까지 차려준 사실이 임종 즈음에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회장 부인은 남편이 내연녀에게 사준 아파트에 대해 상속세까지 부담하게 됐으니, 도저히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정인국 한서법률사무소 변호사/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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