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부서지는 가을날, 붉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들이 볕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푸른 강물에는 나무를 비롯해 하늘과 구름, 마을과 성당의 모습 등 주변 풍경이 어렴풋이 비쳐 보인다. 깊어가는 가을 풍광도, 그 색감을 그대로 품은 수면도 곧 사라질 아름다움이라 더욱 찬란하다.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아르장퇴유의 가을 인상’이다.
‘인상주의의 아버지’ 모네는 보불전쟁으로 영국 런던으로 피신했다가 1871년 말 프랑스로 귀국해 파리 북서쪽에 있는 아르장퇴유에 5년 정도 머물렀다. 그는 이곳에서 계절마다 변화하는 센강의 물빛과 주변 풍경을 화폭에 옮기며 아름다운 작품들을 쏟아냈다. 이 그림은 초가을을 담은 ‘아르장퇴유 센강의 가을’, 겨울 그림인 ‘아르장퇴유의 눈’ 등 여러 계절을 표현한 작품 중에서도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늦가을의 정경을 담은 이 작품이 인상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곧 닥칠 겨울을 아랑곳하지 않고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자연의 모습이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화폭에 옮기는 인상주의의 본령과 닮았기 때문이리라. 가을만이 품고 있는 빛을 그림에 녹여낸 거장의 기량이 돋보이는 그림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