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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되살려낸 사라진 클림트의 색상 [김동욱의 하이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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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는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명입니다. 오늘날 관람객은 화려한 색상으로 무장해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작품에 매료됩니다.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로틱한 느낌은 찬사와 인기의 요인으로 높이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을 두고 퇴폐의 상징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일부 그의 작품은 비난과 질시의 대상에서 그치지 않고, 남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꼭꼭 숨겨지거나 심지어 불에 태워지기까지 했습니다. 그에 따라 오늘날 현대인들은 흑백 사진으로 남은 이미지를 통해 원래의 색상을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요,

첨단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소실된 작품의 원래 색상을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구글의 '클림트 컬러 에니그마 프로젝트(The Klimt Color Enigma)'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복원하고자 하는 대상은 클림트의 3대 걸작으로 불리는 '의학', '법학', '철학'이라는 작품입니다. 애초 빈대학 대연회장(Festsaal) 천장에 설치하기 위해 주문됐던 이들 작품은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소재와 구성, 표현방식 등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점잖은 학교의 고상한 학문을 품위 있게 표현해 주길 바랐단 주문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 그림들은 개인들의 소장품으로 넘겨졌고 2점은 유대인 미술품 수집가가, 1점은 오스트리아의 한 미술품 갤러리에서 사들였습니다. 문제는 4×3m 크기의 이 대형작품이 나치 시대에 퇴폐 미술로 찍혀서 나치에 몰수됐습니다. 클림트의 작품들은 무더기로 오스트리아의 임멘도르프 성에 쌓여있다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불과 하루 전날 밤 SS장교들에 의해 불태워졌습니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 원본은 영원히 사라졌고, 흑백 사진과 그림을 설명하는 글들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예전 같으면 안타까워하고 아쉬워만 할 일이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림의 원래 상태가 어땠을지를 찾아내고, 이를 복원하려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2011년부턴 실제로 '의학', '법학', '철학'의 원래 색상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가 손에 든 물감과 붓은 바로 첨단 컴퓨터와 AI입니다.

AI가 원작의 복원을 위해 활용하는 빅데이터는 남아 있는 클림트의 작품들입니다. 유럽 주요 미술관들에 소장된 클림트의 주요 작품들을 고해상도로 스캔해 흑백 사진으로 남아 있는 소실작품에 어떤 색상, 어떤 기법으로 그림이 그려졌을지를 추론해 내는 것입니다.

수백만 개 물체의 실제 이미지와 구글의 예술품 데이터베이스도 동원돼 사라진 원작을 되살리는데 동원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클림트의 작품을 복원하는 알고리즘은 개선에 개선을 거듭한다고 하는데요. 그림을 수동으로 채색하는 대신 클림트의 기존 작품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그의 채색 스타일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흑백 사진 위에 색상을 덧입힌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금은 볼 수 없는 명작의 색상까지 재현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과연 복원된 그림은 사라진 원본과 얼마나 같을까요. AI가 재현해낸 색상은 원본의 감동을 전할까요.

과학기술의 발전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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