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오픈 9번홀(파5)은 길이가 565야드에 달한다. 10번홀(파4)에서 출발해 마지막 홀에 들어선 ‘작은 거인’ 강성훈(34·사진)의 티샷은 살짝 왼쪽으로 감겨 벙커에 빠졌다. 그린까지 265야드가 남은 상황. 7번 우드를 꺼내든 그는 깔끔하게 공만 떠내더니 홀 5m 근처에 붙이고 이글을 낚았다. 10언더파. 그가 이날 하루에만 줄인 타수다.
강성훈이 묘기에 가까운 샷을 더해 하루 동안 두 자릿수 언더파를 적어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8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서머린(파71·7255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9개, 보기 1개를 묶어 10언더파 61타를 쳤다. 공동 2위 그룹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다. 강성훈은 2019년 5월 AT&T 바이런 넬슨 이후 2년5개월 만에 투어 2승에 도전한다.
키 172㎝로 체구가 크지 않은 강성훈은 몸을 최대한 비튼 뒤 휘두르는 스윙으로 300야드를 보내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2년 전 첫 승을 거두고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지만 드라이버 샷이 흔들리자 이후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20~2021시즌에는 31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이 넘는 17개 대회에서 커트 탈락했다.
이후 스윙을 가다듬은 그는 시즌 세 번째 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강성훈은 “내 스윙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아) 2주 전부터 기술적인 부분을 손봤다”며 “백스윙을 너무 크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점을 보완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그린 적중률이 88.9%(16/18)에 달한 강성훈은 전반에만 5타를 줄이면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7번홀(파4)까지 3타를 더 줄였고 8번홀(파3)에선 5m가 넘는 까다로운 퍼트를 넣으며 타수를 지켰다. 마지막 9번홀에서 이글을 넣으면서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강성훈의 뒤를 임성재가 8언더파 공동 2위로 이었다. 임성재는 이날 12번홀(파4)부터 16번홀(파5)까지 5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았다. 13번홀(파5)과 16번홀에서 놓친 1m 미만의 이글 퍼트까지 모두 넣었다면 임성재도 두 자릿수 언더파를 적어낼 수 있었을 정도로 경기력이 좋았다. 임성재는 강성훈과 마찬가지로 9번홀(파5)에선 투온에 성공한 뒤 이글을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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