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는 설탕과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을 섞은 후 국자에 가열해 발생하는 캐러멜을 평평한 철판에 올려 굳혀 먹는 옛 간식이다. 과거엔 학교 앞에서 본 달고나 뽑기를 집에서 따라 하려다 국자를 태워먹고 어머니께 혼쭐난 어린이들도 많았다. 잊혀졌던 달고나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 속 '달고나 뽑기'는 세모, 동그라미, 별, 우산 모양의 틀을 달고나에 찍어 문양을 그대로 살려내면 성공하는 방식이다. 드라마 속 이정재는 가장 난도 높은 '우산' 모양을 뽑아 "죽어라 핥았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외신들은 달고나의 인기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급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마켓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지난달 17일부터 약 2주간 ‘달고나’ 판매량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270%가량 증가했다. 아마존, 이베이 등 해외 사이트에서도 '오징어 게임' 달고나 만들기 세트가 22~34달러(2만 6000~4만 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약 5000원 정도에 팔리지만 해외에서는 이보다 최대 8배나 비싸게 판매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dalgona'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28만 여개가 게재됐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달고나 만드는 방법을 콘텐츠화해 앞다퉈 올리고 있다. 유튜버 외줄 집사는 "달고나 만들기 세트는 사지 말라. 국자를 태워먹고 새로 사는 게 이득"이라며 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NBC 유명 토크쇼 '지미 팰런쇼'의 진행자 지미 팰런도 달고나 만들기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Squid game Cookie'라는 제목으로 소다와 설탕으로 달고나를 만들고 극 중 이정재처럼 거침없이 달고나를 핥아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오픈한 '오징어 게임' 팝업 스토어에는 달고나 뽑기 등 체험을 위해 현지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행사 마지막 날 개장 시간에 맞춰 체험객들이 몰리면서 팝업 스토어 건너편에서 시작된 줄은 골목을 두 번이나 꺾어가며 250m 가량 걸어가야 끝이 보일 정도였다.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은 중국에서도 관심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달고나 뽑기를 중국에서 했다면?#'이라는 해시태그가 1억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달콤하고 치명적인 간식 달고나, '오징어 게임' 수혜를 입었다"며 이 같은 열풍에 대해 보도했다. 이어 "달고나에 새겨진 문양을 떼어내면 공짜로 한 판을 더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유년 시절의 놀이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연계해 히트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유쾌한 어린 시절의 게임을 어둡게 비틀어 대중문화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이정재 달고나 만든 장인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오징어 게임'에 촬영된 달고나를 직접 만든 달고나 장인 임창주 씨는 줄잇는 손님 때문에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쁘다며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말했다. 임 씨는 "넷플릭스 측이 달고나 만드는 모습을 찍고 싶다고 해서 갔는데 감독이 다른 곳에서 납품받은 달고나가 습도 때문에 녹아버려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촬영에 쓰인 달고나를 모두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약 5kg 정도, 대략 300개 정도를 만든 것 같다"며 "감독의 요구사항은 얇고 타지 않게, 일정한 모양으로 만들어 달라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학로에서 25년간 영업을 하고 있는 임 씨의 달고나는 1개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장 인기가 있는 모양은 오징어 게임에 나온 '우산 모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씨는 달고나 뽑기를 잘하는 노하우로 "바늘을 달궈서 가장 깊이 찍은 데를 살살 녹이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오징어 게임' 특수를 노리고 터무니없는 가격에 달고나를 판매하고 있어 논란이 제기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사동 달고나 근황'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종로, 인사 등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달고나 사진을 게재하며 "내가 모르는 다른 재료가 들어가느냐"고 지적했다.
사진 속 매대에는 '오징어 게임'처럼 은색 케이스에 포장된 달고나가 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설탕과 소다를 섞어 만들어 원재료 가격도 비싸지 않은데 가격이 양심 없이 높다고 비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