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고 6일 발표했다. 공수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전 검찰총장)가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온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고발장 전달 경로로 의심받는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을 이날 진행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박 원장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앞서 윤 후보 측은 박 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 씨, 성명 불상의 인물 등 3명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지난달 13일 공수처에 고발했다. 조씨가 인터넷 언론사 ‘뉴스버스’에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하는 데 박 원장이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이다.
윤 후보 캠프 측은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하기 한 달 전쯤인 8월 11일 박 원장과 조씨가 서울의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난 것이 제보를 공모한 정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박 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을 언급한 것이 정치 개입”이라며 그를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지난달 15일 공수처에 추가 고발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이날 오전 9시50분께 국회 의원회관 7층 정 의원 사무실에 검사 2명과 수사관 7명을 보내 약 1시간30분 동안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법률자문위원을 맡았던 조상규 변호사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윤 전 총장과 함께 지난달 9일 공수처에 입건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해 8월 수사기관에 제출했는데, 이것이 김 의원을 거쳐 조성은 씨에게 전달된 2개의 고발장 중 하나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발장은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자문단장을 맡고 있던 정 의원이 초안을 접수했고, 당무감사실을 거쳐 고발 담당인 조 변호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와 검찰은 최근 조씨의 휴대폰을 포렌식하면서 조씨와 김 의원의 통화 내역 두 건을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통화 내역은 각각 7~8분 분량으로 김 의원이 “내가 고발하면 검찰이 시킨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씨가 고발하는 게 좋겠다. 대검에 접수되면 잘 처리해달라고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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