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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열리는 쇼팽콩쿠르…'제2의 조성진'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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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나이도 국적도 다르지만 모두 쇼팽콩쿠르 우승자들이다. 이들은 우승한 뒤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고, 거장의 길로 나아가며 콩쿠르의 권위를 드높였다. 우승자뿐 아니라 입상자들도 명문 악단과 협연하며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피아니스트들에게 가장 큰 영예를 안겨주는 쇼팽콩쿠르 본선이 지난 2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시작됐다. 전 대회 우승자인 조성진도 이날 열린 기념 갈라콘서트에 나서 개막식을 장식했다.

1927년 시작된 쇼팽콩쿠르는 쇼팽 작품으로만 대회를 치른다. 국제콩쿠르 113개 중 한 작곡가의 레퍼토리를 다루는 건 쇼팽콩쿠르뿐이다. 평생 피아노에 천착한 쇼팽의 음악정신을 받들려는 의도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을 위해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세계에서 몰려든다. 입상조차 쉽지 않다.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1927년 쇼팽콩쿠르에 출전했지만 특별상을 받는 데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해 6년 만에 열리게 된 콩쿠르 본선에는 87명의 연주자가 출전해 3주간 실력을 겨룬다. 이 중 한국인 피아니스트는 7명. 박연민(31) 최형록(28) 김수연(27) 가주연(26) 박진형(25) 이재윤(24) 이혁(21) 등 모두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자들이다. 김수연은 지난 5월 캐나다 몬트리올콩쿠르에서 우승했고, 박연민도 같은달 루마니아 에네스쿠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연주자 중 가장 어린 이혁은 16세 때 폴란드 파데레프스키콩쿠르에서 정상에 올랐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가장 최근에 우승한 김수연과 박연민, 이혁이 주목할 연주자들”이라며 “세계 클래식 팬들이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시청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크다.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얼지 않는 연주자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담만큼이나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87명 가운데 10명만 결선 무대에 선다. 연주자들은 피아노를 고르는 절차도 따로 거친다. 대회를 주최하는 프레데리크쇼팽협회는 연주자들에게 15분 안에 자신이 연주할 피아노를 고르게 한다. 스타인웨이, 야마하, 파지올리, 가와이, 뵈젠도르퍼 등 각기 다른 제조사에서 내놓은 피아노 중 하나를 선택했다. 참가자 중 64명이 15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타인웨이로 연주한다.

피아노까지 고른 진출자들은 결선 전까지 세 번에 걸쳐 심사를 받는다. 1차 본선에선 쇼팽의 에튀드(연습곡) 중 두 곡과 녹턴(야상곡) 중 하나, 발라드·뱃노래 등 지정곡 중 하나를 연주한다. 모두 피아노 교본으로 불리는 작품들이다. 가장 기초적인 곡을 통해 실력을 검증받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절반이 탈락한다.

40명이 올라가는 2차 본선에선 약 40분에 걸쳐 쇼팽의 발라드(또는 스케르초)와 폴란드 춤곡인 폴로네즈를 연주해 3차 결선에 오를 20명을 추린다. 이어 3차에서는 약 50분 동안 피아노 소나타 또는 전주곡 전곡, 마주르카를 쳐야 한다. 세 번의 심사를 통과한 피아니스트 10명은 오는 18~20일 결선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쇼팽콩쿠르 우승을 향한 왕도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1950년대까진 폴란드와 옛 소련 피아니스트들이 콩쿠르를 휩쓸며 민족성이 심사 기준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1960년 우승하자 논란은 종식됐다. 미국 피아니스트 게릭 올슨(1970년),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선(1980년) 등의 우승자가 배출되면서 피아노 실력만 평가하는 콩쿠르란 명성을 얻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단지 피아노를 잘 친다고 콩쿠르에서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우승자 면면을 훑어보면 대회가 열리는 시점에서 당대 클래식계가 지향하는 쇼팽을 재현해낸 피아니스트가 우승자로 뽑혔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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