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년 역사의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다음달 방한한다. 120명 규모의 빈필은 다음달 14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대전 예술의전당(15일)을 거쳐 서울 예술의전당(16일)에서 한국 투어를 마무리한다.
이번 공연에서 빈필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35번(하프너)’과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그레이트)’을 연주한다. 이탈리아 지휘 거장 리카르도 무티(80)가 내한 공연을 이끈다. 무티는 1986년부터 2005년까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을 지냈고, 2008년부터 미국 시카고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무티는 빈필의 화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휘자로 평가된다. 그는 빈필의 신년음악회 무대에 여섯 차례나 서면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았다. 그가 이끈 빈필의 신년음악회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회로 정평이 나 있다. 해마다 새해 첫날 90여 개국에서 관객 5000만 명이 빈필의 신년음악회를 즐겨왔다.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된 뒤 100여 명 규모의 해외 오케스트라가 내한하는 건 처음이다. 올해 초까지 공연계에서는 빈필의 내한공연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입국 후 2주간의 자가격리가 걸림돌이 돼서다. 지난 4월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등은 독주자였는데도 자가격리 기간 때문에 공연을 취소했다.
하지만 지난 8월부터 공연계에서 자가격리를 면제받은 사례가 생기면서 공연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7월 정부는 해외 백신 접종자 가운데 공무상 이유로 방한하면 격리를 면제해줬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자가격리 면제 유효기간이 1개월이라 이달 13일이 지나고 나서 공연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며 “외교부, 질병관리본부 등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빈필의 투어가 국공립 공연장 중심으로 열리는 점도 격리 면제 가능성을 높였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국공립 공연장에서 열리는 점이 격리 면제의 조건 중 하나인 목적성 기준을 충족할 것 같다”며 “격리 면제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단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공연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격리가 면제돼도 공연 전까지 방역 지침은 엄격히 적용할 예정이다. 전세기를 통해 한국을 찾아오고, 단원들은 호텔과 공연장 외에는 이동이 제한된다. 악단의 전담 의사도 함께 방한해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할 계획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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