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킨텍스에서 개최된 ‘수소모빌리티’ 전시회는 수소의 가능성을 느낄 좋은 기회였다. 10년간 4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우리 기업들의 비전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외국의 수소기업들은 왜 한국을 수소경제의 테스트베드로 보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관심 때문인지 지난해에 비해 3배나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다.
수소경제 로드맵이 처음 발표된 2년 전만 해도 수소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소가 그 자체로는 청정하다고 해도 에너지를 사용해 만들어야 하는 까닭에 경제성과 환경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이상 기후 때문에 짧은 기간에 수소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19세기 말 에디슨이 전기를 실생활에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지금처럼 우리의 삶이 전기에 크게 의존할지 몰랐던 것과 같다. 사실 전기도 석유, 석탄 등 1차 에너지를 가지고 만든 고급 에너지이며,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많은 손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리성과 효율성으로 산업사회를 뒷받침했다. 수소도 마찬가지다. 수소는 자연상태에서 화합물로 존재하므로 생산하는 과정에 전기처럼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럼에도 수소가 갖는 청정성에다, 저장과 수송이 용이하며 산업공정에서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천연가스에 버금가는 에너지원으로서 기후 위기를 극복할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수소경제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청정수소 생산 등 기술개발, 대량 생산과 수송, 저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 다양한 활용 방식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국가마다 편차가 있는 만큼 저렴한 곳에서 생산해 대량 소비지로 수출하는 거래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그린수소의 생산 원가가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미나 호주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것으로 평가돼 해외로부터의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미래의 수소 시장을 열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주도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이 향후 수소의 국제거래를 유로화로 할 것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면에서 글로벌 수소경제가 확장되는 과정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과제가 있다.
첫째, ‘수소인증제’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부생수소, 추출수소, 청색수소, 그리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 등 다양하다. 이외에도 원자력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도 고려된다.
이처럼 에너지를 사용해 생산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를 적게 발생시켜 만들어진 수소에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오염자부담 원칙이나 기후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유럽 등 수소 생산 선진국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기준으로 수소를 분류하고 인센티브를 차별화할 예정이며, 국제사회도 공통의 기준을 만들 논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수소의 국제 교역이 이뤄지면 ‘수소인증제’가 산업정책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미래 우리 수소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 수소산업 초기에 지나치게 그린수소에만 집착하면 수소산업을 일으키기 어려운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둘째, 수소선박, 비행체 등 사업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기술기준이나 표준이 동시에 제정돼야 한다. 적절한 규제 기준이 없으면 사업화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규제자유특구’나 ‘규제샌드박스’가 적극적으로 시행돼 신속하게 실증을 거쳐 규제가 정착돼야 시장이 만들어지고 기업은 예고한 투자를 실행한다. 또한 우리가 마련한 기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돼야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몇 년 전 상영된 영화 ‘커런트 워’는 19세기 말 교류와 직류 간 기술경쟁에서 표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했다. 수소도 인증과 표준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선도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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