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담배를 5년 이상 끊었다가 전자담배를 새롭게 피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지속해서 금연 상태를 유지한 사람들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70%나 치솟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동 연구팀(이기헌·박상민·최슬기)은 2014∼2015년과 2018년, 총 2회에 걸쳐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남성 515만9천538명을 대상으로 흡연 습관 변화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생 양상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4∼2015년 첫 번째 조사에서는 대상자들을 ▲ 담배를 피우다 금연한 그룹 ▲ 지속적인 흡연자 그룹으로 나눈 뒤 2018년 조사에서 전자담배 사용 여부를 추가로 파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 담배를 끊고 전자담배를 피워도 완전히 금연한 사람보다는 심뇌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이 31%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금연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사람이 새롭게 전자담배를 사용하기 시작할 경우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더욱 크게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 이기헌 교수는 "흡연자는 전자담배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일반 담배를 완전히 끊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뇌혈관질환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담배를 끊었다면, 전자담배도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꾼 경우에도 일반 담배를 지속해서 피운 사람보다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약 23%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서큘레이션'(Circulation) 최신호에 발표됐다.
아울러 전자담배 사용자 10명 중 8명 이상은 ‘담배를 끊기 위해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팀이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녀 5,191명을 대상으로 전자담배 사용 이유와 일반 담배와 함께 사용 여부 등을 분석한 결과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이용하는 비율(복합 흡연)은 2.7%였다.
전체 전자담배 사용자 중 복합 흡연의 비율은 82.7%였다. 5명 중 4명 이상이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2016년 전자담배 사용 경험이 있는 성인 204명에게 전자담배 사용의 주된 이유를 물었더니 전체의 47.5%는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서’라고 응답했다.
다음은 ‘일반 담배 흡연보다 덜 해로워서’(23.6%), ‘호기심 때문에’(10.3%), ‘담배 냄새가 나지 않아서’(8.2%), ‘실내 흡연이 가능해서’(6.8%), ‘향이 더 좋아서’(2.1%), ‘구하기 쉬워서’(0.9%)의 순이었다.
조 교수팀은 연구 참여자의 소변 내 코티닌 함량(니코틴 지표)과 요산ㆍ고감도 CRP(염증 지표) 검사를 함께 수행했다. 요 코티닌 농도와 요산 농도는 복합 흡연자에서 유독 높았다. 고감도 CRP값은 일반 담배 흡연자에서 높게 나왔다.
조 교수팀은 논문에서 “복합 흡연자의 평균 요산 농도가 일반 담배 흡연자보다 높게 나온 것은 많은 사람이 전자담배를 사용하면서 기대하는 위험 감소 효과에 반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