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차질에 수요 둔화까지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3개월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3100선까지 무너지며 지난 6월 말(3296.68) 대비 6.91% 하락했다. 이 기간 국내 15개 그룹주 시가총액은 1408조5399억원에서 1321조3906억원으로 줄어들었다.그중에서도 삼성그룹(-5.72%), SK그룹(-4.16%), LG그룹(-14.41%), 현대차그룹(-13.92%) 등 4대 그룹주의 성적이 특히 부진했다. 각 그룹을 대표하는 종목인 삼성전자(-8.18%), SK하이닉스(-19.22%), LG전자(-22.02%), 현대차(-16.49%)가 올 들어 최저점 수준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린 건 세계적인 공급 병목 현상이다.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로 현대차는 수요만큼 차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가는 올 들어 처음으로 20만원 선이 무너져 1일 기준 19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전자 기기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가 부족해지자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이는 곧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론은 PC 생산 기업들이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완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사가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요 둔화 우려까지 겹쳤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22.65%)는 코로나19 확산기에 ‘집콕’과 ‘재택근무’로 수혜를 봤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소비자들의 구매여력이 줄어들면서 PC·TV·가전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올 들어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친환경 랠리’ 올라탄 소재 기업
반면 코오롱그룹(29.09%), 효성그룹(3.55%), 포스코그룹(1.35%), 한화그룹(1.04%)은 증시 하락 속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계열사 가운데 수소·2차전지 등 친환경 관련주가 급등했기 때문이다.코오롱그룹은 현대중공업 상장으로 시총이 급증한 현대중공업그룹을 제외하고 주요 그룹주 중 시총 증가율이 가장 컸다. 유일하게 모든 계열사(6개) 주가가 전 분기보다 상승했다. 3분기 국내 증시를 휩쓸었던 ‘수소 경제’ 테마의 최대 수혜 그룹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코오롱플라스틱은 142.89% 급등했다. 이 회사가 수소차 탱크 부품용 소재와 수소차용 하우징 소재를 개발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수소연료전지의 핵심 소재인 멤브레인(고분자 전해질막)을 생산하는 코오롱인더(23.51%)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계획을 발표한 코오롱글로벌(20.20%)도 큰 폭 상승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오롱그룹은 소재 기술력을 기반으로 수소경제 전반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며 “수소사업 본격화로 성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다.
효성그룹에서는 효성첨단소재가 66.40% 상승했다. 효성첨단소재는 효성티앤씨를 밀어내고 효성그룹 대장주 자리에 올라섰다. 모든 수소 생태계에 필수적인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업체라는 점이 부각됐다. 포스코그룹은 대장주인 포스코(-5.17%)가 부진했지만, 2차전지 소재 업체인 포스코케미칼(22.92%)이 그룹주 전반의 강세를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친환경 관련주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4분기에 수소경제 활성화 전략을 담은 ‘수소경제 로드맵 2.0’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은 3조5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에 친환경 관련 예산을 대거 포함했다. 유럽연합(EU)의 중심 국가인 독일은 지난달 26일 치른 총선에서 친환경 이슈에 적극적인 사민당과 녹색당이 각각 1위, 3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3분기 내내 부진했던 반도체, 자동차 업종의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내년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주가는 내년 예상 실적을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서형교/고재연 기자 seogyo@hankyung.com